방사선 피폭 권하는 의료계 탐욕 파헤쳐… KBS2 TV ‘추적60분-종합검진의 함정’

입력 2012-10-04 18:13

힘 있는 자들에게 신탁한 시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3일 밤 방영된 ‘추적60분-종합검진의 함정, 우리가 몰랐던 방사선 피폭’(KBS 2)은 이러한 물음에 충실하게 답한 PD저널리즘의 수작이다. ‘주방의 풍경’을 속 시원히 들여다 볼 수 없는 신탁 지역의 하나가 의료계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병원 의사의 내부자 고발은 충격적이다. “45세부터 61세까지 2년마다 조기진단을 받아 방사선을 쬐이더라도 8번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해 무분별하게 찍다가는 되레 암에 걸린다.”

제작진은 우선 대학병원에 잠입해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고가의 의료방사선을 무조건 찍자고 하는 의료계의 안전불감증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50만∼1000만원짜리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CT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으로 명칭되는 고방사선 종류를 ‘상품’처럼 권했다. 의료소비자가 “이렇게 많이 찍어도 (방사선에 노출돼도) 되냐”고 물으면 “괜찮을 걸요”라고 답한다.

매뉴얼은 없다. 복부 및 흉부 CT는 부위 특성상 고방사선에 노출되는데도 오직 ‘발끝에서 머리까지’의 방사선 검진만이 만병통치약인양 강조한다. 특히 폐암의 경우 방사선 촬영으로 조기에 알더라도 생존에 도움이 안 되는데 돈벌이를 위해 권한다. 국립암센터 의료진, 산업의학 분야 교수 등의 위험성 경고가 없다면 우리는 ‘암 검진이 암을 낳는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제작진은 지적한다.

이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방사선에 수시로 노출돼 손가락이 새카맣게 탄 한 의사의 손가락을 클로즈업하고, 방사선 촬영을 국가가 관리하는 영국 건강보호국을 찾기도 한다. 무엇보다 “배 아픈 사람도 (처방에 따라) 방사선 촬영을 해야 했다. 과잉진료였고 죄책감이 든다. 그것이 곧 살인면허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한 방사선사의 고백은 의료계의 검은 그림자를 보는 듯 섬뜩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여기까지만 보면 프로그램이 갖는 과도한 콘셉트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 그리고 연세의료원을 포함한 내로라하는 대학병원 3군데에 ‘건강검진 시 방사선 피폭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요구했음에도 단 한 군데도 답변을 않는 사실은 우리를 아연케 한다. 침묵의 카르텔은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보다 더 무섭다.

의료 윤리란 말이 ‘의료수가’라는 말로 포장된 돈벌이에 사문화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를 감시하고 정책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보건복지부를 파헤치지 않은 점이다. 정부 또한 ‘침묵의 카르텔’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