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선희] 흡연규제, 의식변화 선행돼야
입력 2012-10-04 18:46
지난 6월 1일부터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원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흡연하다 적발되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청별로 조례를 통하여 흡연구역을 따로 만든다고 한다.
무언가 죄를 짓는 심정으로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와 흡연구역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찡그릴 비흡연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규제라면 흡연자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해 주고 비흡연자의 담배연기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건강에 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금연구역 확대 요구 수용해야
최근 공원이나 건물,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경우 금연 현수막을 달아놓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은 아래층 베란다나 계단을 통하여 올라오는 연기에 콜록콜록거리기도 한다. 또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에 불을 붙인 채 뻐끔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 주위에서 여지없이 간접흡연을 당하는 사람들 속에는 어린이들이나 임산부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달리는 차에서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휙 던지고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하철 환풍구나 하수구, 횡단보도 주변에는 꽁초가 가득하다. 무심코 버린 꽁초가 불씨가 되어 대형 산불로 번지기도 한다. 우리가 낸 세금이 그 대형 산불 진화에 쓰이고, 새로 나무를 심는 데 쓰이는 것은 정작 세금이 쓰여야 할 곳에 사용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커피가 기호식품이듯 담배도 기호품이지만 흡연자 외에 많은 사람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기호품을 즐기되 원하지 않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보행하면서 흡연하던 사람의 손에 들려 있던 담배꽁초가 바로 뒤에서 걷던 어린이의 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자 보행 중의 흡연을 규제하고 벌금형을 과하는 조례까지 제정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강제력이 없는 노력의무를 담은 조례를 제정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도쿄도 내의 지요다구에서 2002년에 최저 2000엔(약 3만원), 최고 2만엔(약 30만원)의 과태료를 징수하고 있다. 과태료 징수가 목적이 아니라 도덕심 향상의 수단으로 벌칙을 도입하면서까지 안전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에 국세였던 담배소비세가 지방세로 전환된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 확보를 위해 금연정책에 소극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비흡연자들의 금연구역 확대 요구보다 흡연자들의 흡연공간 확보 요구를 먼저 수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파파라치제 도입해도 될듯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금연정책에 300억원이라는 예산을 배정한다고 한다. 학원비의 과다 징수를 막기 위해 학원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듯 흡연구역 이외 거리에서의 흡연, 담배꽁초의 무단투기를 막는 파파라치를 도입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파파라치 제도가 바람직하지 않은 면도 있지만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률을 줄여 비흡연자의 건강을 증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정비에 도움이 된다면 세금을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와 비흡연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길거리 흡연 규제와 금연구역 실시에 앞서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