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당당하게 ‘내곡동 특검’ 받아들여야
입력 2012-10-04 18:43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후보자를 재추천해 달라는 청와대 요구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청와대 논리는 ‘여야가 협의해 추천한다’는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어제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 후보자를 추천했다면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재추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개원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키로 합의된 만큼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 주장은 무리다. 여야 합의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때가 지난달 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면서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됐었지만 결국 이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지난달 21일 특검법을 공포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여야 합의라는 소소한 절차상 문제를 빌미로 특검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 달라는 건 온당치 못하다. 민주당이 민변과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김형태·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한 것은 다소 과해 보이지만, 청와대는 특검법을 수용한 연장선상에서 당당히 받아들이는 게 옳다. 억지 부릴수록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문제와 관련해 뭔가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있다거나 사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부풀려질 뿐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특검 임명 시한이 5일이어서 여야 합의로 특검 후보자가 재추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날까지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은 실정법을 위반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 뻔해 후보자 2명 중 1명을 선택하지 않을 소지도 희박한 상태다. 그럼에도 괜한 몽니를 부리는 것 같아 보기 민망하다. 청와대는 특검 수용은 물론 향후 특검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내곡동 사저 파문은 현직 대통령과 그 아들이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