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100년 뒤 자동차, 연료 없이도 하늘 난다

입력 2012-10-04 17:59


미래의 물리학/미치오 카쿠/김영사

1865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역저 ‘지구에서 달까지’를 발표했다. 책에서 우주인을 달까지 보내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1969년, 인간은 실제 달에 도착했다. 그런데 쥘 베른 소설에 나오는 달착륙선 크기는 실제와 불과 몇 퍼센트 정도 차이만 날 정도로 정확했다. 과학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했던 쥘 베른이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미래상을 소설 곳곳에 심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세기를 살았던 쥘 베른의 탁월한 선견지명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도 100년 후 미래를 예견할 수 있지 않을까. 끈 이론, 우주론 분야 전문가인 물리학계 석학 미치오 카쿠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해답을 내놓은 것이 이 책이다. 그가 그린 100년 후 미래는 반짝이는 상상력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 세상을 지배하는 네 가지 힘과 물리학의 기본법칙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100년 후 미래를 실감나게 예측하는 과학전문가의 책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자신한다.

이제, 그 미래로 날아가 보자. 영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외계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100년 후엔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 당신의 손자 세대는 낯선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눈에 착용한 ‘인터넷 콘택트렌즈’가 외국인이 하는 말을 번역해 자막으로 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귀차니즘 손자’를 위해선 컴퓨터가 번역된 내용을 읽어줄 수도 있다.

20세기는 확실히 전기의 시대였다. 모든 전기 현상의 근원인 전자는 다루기가 쉬운 덕분에 우리는 라디오, TV, 컴퓨터, 레이저, MRI, 스캐너 등 온갖 전자제품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다. 21세기 물리학자들은 또 하나의 성배를 찾아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바로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이게 실현되면 전기의 시대는 작별하고 ‘자기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상온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별도의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초강력 자석을 만들 수 있으므로 자동차나 기차를 허공에 띄울 수 있다. 날아다니는 기차,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이다.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 엘리베이터’가 당신을 달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 “우주에 닿을 정도로 높은 탑을 쌓을 수는 없을까?” 1895년 러시아 물리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보고 던졌던 이 고민이 현실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나이도 거꾸로 먹는 세상이 온다. 2050년이 되면 다양한 시술로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장기 백화점인 줄기세포로 낡은 장기를 대체할 수 있고, 유전자치료로 노화된 유전자를 수리할 수 있다. 인간 수명은 150세까지 길어질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세포 수리 과정이 가속화돼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일도 가능하다.

로봇도 넘쳐날 것이다. 로봇 의사, 로봇 요리사는 물론 감정을 느끼는 로봇까지 등장해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 대목에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닐까’하는 공포가 고개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직접 만나고 접촉하고자 하는 ‘동굴 거주 시절의 욕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대과학기술과 원시적 욕구가 충돌할 때 항상 후자가 이겨왔다. 컴퓨터가 엄청나게 진화했지만, 지금도 종이책은 건재하고 브로드웨이의 조명은 휘황찬란하지 않은가.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과학저술가의 책답게 ‘미래의 물리학’이라는 딱딱한 책 제목과 달리 서술이 평이하다. 박병철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