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만에 새 음반 발표한 동방신기 인터뷰…“외모 아닌 노래로 승부, 이번엔 음악서 힘 뺐죠”
입력 2012-10-04 08:20
아이돌 그룹이 데뷔 10년을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10년간 생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후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더군다나 그 팀이 10년째 강력한 팬덤을 유지하며 최정상급 인기를 구가해 왔다면?
이런 질문들을 열거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팀을 떠올릴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동방신기. 2003년 12월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2009년 계약 분쟁으로 팀원 3명이 이탈해 2인조로 재편되긴 했지만 팀의 아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최근엔 새 음반 ‘캐치 미(Catch Me)’를 발표하며 차트를 휩쓸었고, 다음 달부터는 월드 투어를 계획 중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호텔에서 만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본명 정윤호·26)와 최강창민(본명 심창민·24)의 발언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예컨대 ‘아이돌 시장에 동방신기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뭔가?’를 물었을 때 이들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이 같이 답변했다.
“아이돌의 ‘퀄리티’가 올라간 거 같아요. 그 전까지는 아이돌이면 노래를 못 해도 얼굴이 잘 생기면 된다는 식이었잖아요? 그런데 저희를 기점으로 그런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는 ‘아이돌 시장’이 죽도록 연습해도 인기를 얻기 힘든 시장이 돼버린 거 같아요.”(유노윤호)
동방신기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한 비트의 남성미 넘치는 음악이다. 동방신기만의 화려한 안무와 폭발적 무대 매너와 잘 어울리는 음악. 하지만 이들은 이번 음반을 기점으로 팬층의 외연(外延)을 넓히고 싶어 음악적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음반 ‘왜(Keep Your Head Down)’ 이후 후속 음반이 1년 8개월 만에야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계속 비슷한 음악을 들고 나오면 ‘동방신기는 또 저런 모습이네’라는 느낌을 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가진 음악적 색깔의 범위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음반 발매가 예상보다 많이 지연됐죠.”(최강창민)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음반인 만큼 앨범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혼재돼 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을 포갠 ‘캐치 미’를 비롯해 두 멤버가 주고받는 멜로디가 감미로운 ‘데스티니(Destiny)’, 헤어진 연인을 추억하는 발라드 ‘하우 아 유(How Are You)’ 등. 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풍성한 밥상을 차려냈다. 유노윤호는 “우리는 우리 자신과 계속해서 싸움을 벌이는 팀이자 끊임없이 변화하는 팀”이라며 “이번 음반은 음악에서 힘을 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5인조였던 팀이 와해된 뒤 많은 걸 잃었지만 친형제보다 끈끈한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유노윤호는 약 10년 동안 섰던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지난 4월 일본 오사카 콘서트를 꼽았는데 당시 그는 무대에서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제가 무대에서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는데, 그때는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는 ‘우리 둘이서도 가능해’라고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우리 둘이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그날 무대에서 울컥 했던 거죠.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