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寶庫 제주도 ‘외래종의 습격’… 일본산 삼나무·편백 40년 자라면서 오름 경관 훼손
입력 2012-10-03 21:45
생물 다양성의 섬 제주가 외래종에 의한 경관 훼손과 생태계 교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경제수종 삼나무와 편백은 약 40년 동안 자라 거목이 되면서 제주도 오름의 경관을 망치고 있다. 1989년 육지에서 인위적으로 들여온 까치는 13만여 마리로 늘어나 제주도에 자생하는 까마귀를 한라산 정상까지 쫓아냈다.
제주도의 생태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는 3일 “한라산을 제외한 평지의 경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오름인데 이 오름의 중턱 아래나 일부를 고유수종이 아닌 삼나무와 편백이 차지해 부자연스러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나무는 꽃가루의 양이 많고 독해서 어린이 아토피를 유발하기도 한다. 제주대 환경보건센터가 2010년 도내 209개 초·중·고교 학생 2만9606명에 대해 아토피 유병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평균 27.4%의 학생들이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에 많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는 집먼지진드기류 외에도 삼나무 꽃가루가 지목됐다.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의 자연유산해설사 김상수씨는 “청정 제주에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가 적지 않은데 삼나무 꽃가루가 중요한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름에 있는 삼나무와 편백을 가급적 제주도 자생수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간 오름에 대한 인문학적, 지질학적 논의는 많았지만 자연경관 차원의 논의는 거의 없었다. 단계적으로 외래 수종을 벌목해서 목재로 쓰도록 하고 빈자리에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자생 수종을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제주도에 불필요하게 많이 늘어나는 도로의 중앙분리대 화단에 외래종인 워싱턴야자수를 심은 것도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 외래종을 마구잡이로 들여오기보다 구실잣밤나무나 서귀포의 자생수종인 담팔수 등 제주도의 자생수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까치에 의한 생태계 교란과 농작물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까치는 제주도의 자생 조류가 아니었지만, 1989년 아시아나항공사가 60마리를 방사한 이래 지금까지 13만여 마리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우도와 국토 남단의 마라도까지 까치가 들어갔다. 제주시와 한전 제주지사는 까치 포획작전을 펼쳐 지금까지 3만여 마리를 잡았으나 까치의 번식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까치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난 까마귀는 한라산 정상부까지 올라갔다. 제주도에 까치가 인위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 까마귀는 산 중턱 아래에 주로 서식했다. 한라산 꼭대기로 쫓겨난 까마귀들은 한라산 탐방객들이 던져주는 김밥이나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버티고 있다. 김상수씨는 “먹이가 부족한 까마귀들이 다른 새들의 알까지 먹어치워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