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한류 열풍 명동 지도 바꿨다

입력 2012-10-03 21:46

서울 명동거리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뒤덮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매출이 늘자 화장품업체들이 앞다퉈 매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거리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뒤덮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매출이 늘자 화장품업체들이 앞다퉈 매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명동 지역의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사상 최대 특수를 누렸다.

이 기간 명동에 위치한 대부분의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에서는 중국인 구매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 중앙로 등에 8개 매장을 둔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이번 연휴기간 중국인 고객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70%까지 늘었다. 잇츠스킨은 중국인 구매고객이 평소 주말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니스프리도 명동 매장 구매객이 평소 대비 30∼40%, 매출액은 20% 정도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인기제품을 싹쓸이해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량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평소에도 매출이 잘 나오지만 국경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몰려들어 매출이 상승하자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명동 상권 내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3일 기준으로 서울 명동 상권에 들어선 화장품 매장은 드럭스토어를 포함해 26개 브랜드 81곳에 달한다. 2008년 2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전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2009년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히는 명동8길 52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들어섰고 그 이후로 대부분의 건물 1층에는 화장품 브랜드숍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브랜드별 매장 수를 살펴보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8곳으로 가장 많았고 미샤, 에뛰드, 토니모리 등이 6곳, 이니스프리와 아리따움이 5곳, 더페이스샵 등이 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브랜드의 명동 지역 매장 월평균 매출은 네이처리퍼블릭이 30억∼35억원, 미샤·에뛰드는 30억원, 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은 2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상징적인 명소인 명동거리가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가득차자 상권 획일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른 품목의 매장들이 모두 화장품 매장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윤성(32·여)씨는 “전에는 명동에 오면 의류 편집숍 등 다양한 매장이 있어 여러 가지 품목을 쇼핑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저가 화장품 매장들이 대부분이어서 명동거리보다 차라리 백화점으로 향하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