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여성편력 공개 역풍… 중국인들 마오쩌둥까지 거론 부적절 성관계 희화화
입력 2012-10-03 19:03
“공산당원은 고상하고, 순수하고, 도덕적이고, 저급한 취미에서 벗어나고, 인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39년 12월 ‘베순을 기리며(紀念白求恩)’라는 글 끝부분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베순(노먼 베순)은 캐나다 공산당원으로 외과의사였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그 다음해인 1938년 중국 옌안(延安)으로 와 야전병원에서 부상병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응급수술 중 자신이 감염돼 1939년 11월 숨졌다.
당에서 완전 축출된 뒤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지난해 한 공식석상에서 이 문장을 즉석 암송한 뒤 “어조에 무게와 힘이 있다”면서 “다 함께 뜨겁게 박수를 치자”고 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충칭시 당 기관지 충칭일보가 지난해 3월 보도했다.
문제는 마오쩌둥이 생전에 ‘다수 여성과 정당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당 정치국이 지난달 28일 보시라이의 ‘다수 여성과 정당하지 않은 성관계’를 공개한 뒤 마오쩌둥까지 끌어들여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성(性)문제에 대해서는 모순되는 입장을 보여왔다. 무엇보다도 마오쩌둥이 “성은 한잔 물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편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철학에 따라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 간부가 현직에 있을 때는 부적절한 성관계가 문제되지 않지만 일단 실각하고 나면 이러한 부분이 발가벗겨지는 것이다.
이제 ‘보시라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오락성 뉴스가 돼 버렸고 인터넷에서는 ‘다수 여성’이 화제 검색어로 자리잡았다. 더욱이 중국 공산당이 선전해온 ‘순결’의 허구성이 드러나 버렸고 인민들이 정치 뉴스의 경우 좀 엄숙하게 대하던 모습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보시라이의 여자’라며 유명 배우, 앵커, 모델 등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진과 함께 상당수 올라와 있다. ‘다수 여성(多名女性)’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실제로 보시라이 부부는 다롄(大連) TV의 유명 여성 앵커였던 장웨이제(張偉傑) 실종사건과 깊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장웨이제는 다롄 시장이었던 보시라이의 정부(情婦)로 소문나기도 했다.
중국 형법에 따르면 부적절한 성관계를 했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형사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산당 기율에서 지적하는 ‘부패하고 타락한 생활’에 해당된다. 즉 ‘도덕적 순결’이라는, 법률보다 앞서는 공산당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보시라이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 보이기 위해 그의 부도덕한 여성 편력도 공개했으나 오히려 인민들이 당 간부들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역풍’을 만나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