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업영역 10년 동안 44% 늘어… 의료·요식업 집중 확장

입력 2012-10-03 22:02


국내 10대 그룹이 진출한 사업영역이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의 영위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중분류) 기준으로 2001년 39개에서 지난해 말 56개로 10년 만에 43.5% 늘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 포함된 76개 업종 가운데 73.4%에 10대 그룹이 진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계열사도 303개에서 592개로 95.4% 늘어났다.

76개 업종 중 2011년 현재 10대 그룹이 모두 진출한 분야는 스포츠·오락 관련 서비스업 부문으로, 각 그룹은 프로스포츠 구단을 비롯해 리조트와 레저시설 개발 회사 등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진출 업종은 2001년 20개에서 2011년 26개로 6곳 늘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10개에서 21개로, SK그룹은 20개에서 30개로 사업 영역을 각각 확장했다. 업종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숙박업과 발전사업 등을 추가해 3개 업종에서 15개로 5배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10대 그룹이 새로 뛰어든 사업은 의복·액세서리·모피(삼성, 롯데), 가방·신발(GS), 가구(현대차) 등이다. 특히 이들의 동반 진출이 눈에 띄는 업종은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이다. 2001년에는 이 분야에 한 곳도 진출하지 않았으나 여러 그룹들이 잇달아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하면서 LG를 시작으로 한진, SK, 삼성 등이 잇따라 뛰어들었다.

음식점·주점업 역시 2001년에는 10대 그룹의 사업 영역이 아니었지만 2011년 말 현재 삼성, 롯데, GS, 두산 등이 진출했다. 이들 중 삼성과 롯데는 재벌 2∼3세들이 커피 전문점과 빵집 사업에 나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올 들어 음식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국장은 “10대 그룹이 주력 업종과 무관한 곳에도 다수 진출한 것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대 그룹의 업종 확대는 주력 업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계열사를 늘린 것으로, ‘문어발식 확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