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폭락… 경제위기 우려
입력 2012-10-04 00:35
이란 통화인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3일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했다.
BBC 등에 따르면 현지 외환시장에서 리알·달러 환율은 1일 18%나 급등(리알화 가치 급락)한 데 이어 2일도 9%가량 추가로 치솟았다. 리알화는 달러당 3만5500~4만 리알에 거래됐다. 1주일 새 40%, 올 들어서는 8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이 연 55%에 이르는 이란에서 통화 가치 폭락은 경제난을 부추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인과 상인들이 리알화가 안정될 때까지 대부분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며 이란 산업계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메헤르뉴스 등 현지 언론과 AFP통신은 3일 오전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에서 상인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가 곧바로 진압됐고, 이날 하루 시장이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현지의 교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전상이 몰려 있는 시장에서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최루가스를 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은행에 불이 났다는 얘기도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주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서방의 제재로 급감하면서 달러 유입이 줄어든 것이 리알화 폭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2일 TV연설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와 금융제재가 이란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생중계 연설에서 “누군가 이란에 압력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핵 문제에서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무역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