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해외판로 개척 ‘韓商’과 손 잡아라
입력 2012-10-03 19:04
강원도 삼척의 누리텍은 직원 20명의 미니기업이다. 13개의 특허를 무기로 기존 파이프 제조에서 친환경 목재 데크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중 위기에 처했다. 등산로 및 둘레길 정비가 폭발하면서 여기에 쓰이는 친환경 목재 발주가 넘쳐나는 바람에 물량이 부족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때 누리텍이 문을 두드린 곳은 세계한인무역협회다. 전 세계 61개국 1만9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재외동포 무역·경제 네트워크인 협회를 통해 호주 서남부 퍼스 인근 벌목권을 가진 웨스코어 관계자를 만났다. 친환경 데크는 50년간 변형이 없는 목재인 자라목을 써야 하는데 이는 호주 등 일부에서만 생산된다.
양사는 자라목 공급과 관련 7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에 이어 다음 주 두 번째 물량이 도착한다. 누리텍 민경오 대표는 “영어에 능통한 직원도 없어 해외 공급처를 발굴하지 못했는데 현지서 영향력과 신뢰를 쌓아온 동포를 만나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사무용 의자 전문기업 이노퍼니 역시 수출판로 확보를 위해 뛰었지만 통역과 현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연간 70만 달러 정도의 수출에 만족해야 했다. 등받이가 뒤로 180도 접혀져 수시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의자가 주력인데 중국 일본 러시아 정도가 수출 선이었다. 이때 아메리카 대륙 사무가구 공급선을 가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협회 관계자를 만났고 테스트마케팅용으로 8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노퍼니는 북미와 중남미를 합쳐 70배 이상의 수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수출판로 확보를 위해 해외에 퍼져 있는 한상(韓商)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판매처를 뚫기 위한 마케팅 비용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벅찬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외동포 무역가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사단법인 세계한인무역협회가 개최하는 수출상담회 실적은 최근 5년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표 참조). 올해는 협회 주최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오는 12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세계에 흩어진 1000여명의 정회원들이 참석하며 14일은 경주, 16일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17일은 경기도 주관 G페어 코리아에서 중소기업인들과 만난다. 협회 관계자는 “불황에 빠진 고국 중소기업의 수출 산업을 돕고자 방한하는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