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기상청 관측장비… AWS 10중 3대 부적절한 옥상 설치

입력 2012-10-03 21:59

전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10대 중 3대는 복사열로 가열되기 쉬운 옥상이나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되는 곳에 설치돼 관측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상청이 3일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관측장비 550개 가운데 184개(33.5%)가 옥상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상청이 설치한 충북 청원군 청남대의 AWS 역시 옥상에 있다. 전북 완주 고산면사무소에 설치된 고산기상관측시스템의 경우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는 곳에 있었다.

현행 기상관측 표준화법에서는 가급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지상에 최소 35㎡ 이상 면적으로 AWS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또 건물·나무 등 장애물과 아스팔트·콘크리트와 같은 인공물의 영향이 적은 곳에 설치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옥상에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옥상이나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되는 곳에 AWS가 설치되다 보니 실제 온도와 많은 차이를 보인 곳도 있었다.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26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설치된 AWS는 낮 최고 기온을 38.7도로 측정했다. 그러나 영주관측소에서 측정된 기온은 6도나 낮은 32.7도였다. AWS가 복사열로 가열된 옥상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또 8월 28일 산 정상에 설치된 부산 서구 AWS의 경우 23.4도로, 인접한 중구 대청동 관측소의 최저기온(26.7도)에 비해 3.3도나 낮았다.

기상청이 2007년부터 최근 5년간 AWS의 설치 장소가 부적절해 옥상에서 지상으로 이전 설치한 사례는 175건에 달했다. 특히 2010년 57개, 2011년에는 81개를 이전 설치했다. 기상청은 “AWS가 옥상에 설치돼 데이터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지형적인 영향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봉홍 의원은 “애초에 부지 조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했다면 175번의 이전을 위해 시간과 예산이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