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스타덤 오연서 “밉상 시누이 꼬리표 떼고 나만의 매력 펼치고파”

입력 2012-10-03 18:26


요즘 방영되는 한 TV 광고.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를 꼽던 옛날 우리네 아이들 모습이 등장하며 이 같은 내레이션이 나온다. “옛날엔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꿨었죠. 그런데 언제부터 아이들이 같은 꿈만 꾸게 된 걸까요.” 이어진 화면엔 무대에서 춤을 추며 연예인의 꿈을 좇는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광고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는 문구로 마무리되는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스타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청소년들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10대들에게 연예인은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에 단골 랭크되는 인기 직업이다. 하지만 수많은 지망생 중 스타가 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탤런트 오연서(본명 오햇님·25)는 최근 바늘구멍 같은 스타의 관문을 통과했다. 그는 지난달 종영한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에서 여주인공 차윤희(김남주)가 입성한 ‘시월드(시댁)’의 ‘밉상 시누이’ 방말숙을 연기했다. 얄미운 캐릭터였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그는 큰 인기를 얻었다. 오매불망 기다린 스타의 자리에 오른 셈인데, 요즘 그의 기분은 과연 어떠할까.

# 10년의 터널

최근 서울 영등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오연서는 “지금의 위치를 잃어버릴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인지도는 확실히 올라간 거 같아요. 집 밖에 못 돌아다닐 정도니까요. 이게 ‘국민드라마 넝굴당의 힘이구나’라는 걸 실감하고 있죠. 하지만 예전처럼 인기가 떨어져 바쁘지 않게 살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해요.”

오연서는 2002년 3인조 걸그룹 러브(LUV)로 데뷔했다. 배우로 전향한 것은 이듬해. 그는 드라마 ‘반올림’(KBS 2) ‘동이’(MBC) ‘대왕세종’(KBS 2)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9년엔 영화 ‘여고괴담 5’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넝굴당’ 전까지 그는 무명에 가까웠다.

“어릴 때부터 10년만 참고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올해 10년째가 되니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올해도 안 되면 배우를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오연서는 가족들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이 정말 좋아하고 있어요. 공무원인 아버지는 경남 창녕에 계시는데 포털 사이트에 제가 검색어 1위를 하면 축하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세요.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모습을 보고 ‘유난 떨지 마시라’고 핀잔을 주시죠(웃음).”

오연서는 끝 모를 무명의 시기를 겪고 있는 지망생들을 상대로 “계속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저도 자신감을 잃었을 때가 있었는데, 미래를 긍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계속 오디션을 보며 기회를 찾는 자세가 필요해요. 돌이켜보면 저도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기회가 많았거든요.”

#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어”

오연서가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이병헌(42)이다. 그는 이병헌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했다. “눈빛으로 모든 걸 이야기하는 배우”라는 게 이유. 아울러 10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며 자극이 된 동료로는 동갑내기인 김옥빈(25)을 꼽았다.

“영화 ‘박쥐’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저보다 생일이 빨라서 언니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나이는 저랑 같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너무 잘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나는 저 정도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자괴감이 들기도 했죠. 영화를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오연서는 현재 M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인 이준(본명 이창선·24)과 ‘가상 결혼’을 했다. 스타덤에 올랐으니 잠깐 숨을 고를 법도 하건만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을 묻는 질문엔 “방말숙과는 다르게 남을 괴롭히지 않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배우는 정말 대단한 직업인 거 같아요. 감동을 웃음을 전달하면서 사람들과 교감하는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의 궁극적인 꿈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매력적인 여자가 되는 거예요. 어디에 있든 사람들에게 저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