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예능프로 ‘세 얼간이’ 10월 7일 첫 방송… ‘1박2일’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입력 2012-10-03 18:20
한때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위용은 대단했다. ‘국민 예능’으로 통했다. 2007년 8월 첫 방송된 후 4년 넘게 대한민국 일요일 저녁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1, 2위를 다투며 순항 중이긴 하다. 하지만 ‘국민 MC’ 강호동(42)이 이끌던 과거 ‘1박2일’의 명성엔 비할 바가 못 된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압도했고 출연자들은 스타로 거듭났다.
케이블 채널 tvN이 7일 밤 9시에 첫 방송하는 ‘세 얼간이’는 강호동은 없지만 ‘1박2일’ 전·현직 멤버와 제작진이 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개그맨 이수근(37), 가수 은지원(34)·김종민(33)이 ‘1박2일’ 출신 이명한 PD, 이우정 작가 등과 의기투합했다.
특히 ‘세 얼간이’가 관심을 모으는 건 ‘생방송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대본이 없으며, 리허설도 진행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오로지 세 출연자의 재치와 순발력에만 의지한다. ‘세 얼간이’ 홈페이지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방송은 시청자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내온 다양한 미션에 세 사람이 도전하는 얼개다. 시청자들은 여과장치 없이 이들이 온갖 ‘도전’에 나서는 모습을 안방에서 시청하게 된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이토록 무모한 프로그램을 어떤 의도에서 기획하게 된 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명한 PD는 “(KBS에서) 리얼 버라이어티(‘1박2일’)를 오래 했는데 새로운 방식의 ‘리얼’은 뭘까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방식 자체가 5년 전만 해도 굉장한 모험이었어요. 기존 제작형태는 PD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것이었
는데 ‘1박2일’은 그 부분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이었죠. 처음에는 PD가 통제하지 않은 상황을 방송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핵이 됐습니다. 이제는 거기에 익숙해진 분들에게 낯설고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수근은 “방송사고가 제일 걱정스럽긴 하다”며 “은지원이 생방송 도중 욕을 할까 봐 걱정이 많다”며 웃었다. 은지원은 “시청자들 입장에선 CCTV를 보는 느낌일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 얼간이’는 이색적인 포맷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무장한 프로그램이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 동시간대 최강자인 ‘개그콘서트’(KBS 2)와의 경쟁 등 극복해야할 난관이 많다. 과연 ‘세 얼간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場)을 열 수 있을까.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