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산가스 누출사고, 2차 피해 막는 게 급선무다
입력 2012-10-03 19:08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구미산단) 내 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2차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직원 5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23명을 낸 큰 사고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유독가스에 노출된 인근 주민과 사고처리에 나선 공무원 등 45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가축 1300여 마리가 침을 흘리고 사료를 먹지 못하는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수확을 앞둔 벼와 과일나무가 마르는 등 농작물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토양오염이 우려돼 농·축산품의 신뢰도마저 의심받고 있다. 누출된 유독가스가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퍼진 뒤 내려앉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아직도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에 누출된 불산은 반도체나 LCD 등을 세정하는 데 사용하는 물질이다. 몸에 닿으면 피부와 점막이 손상되고 흡입하면 간과 위장 조직이 상한다. 사고현장 인근 차량과 건물 외벽이 부식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불산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아 반드시 석회 등을 뿌려 중화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체 피해는 2∼3개월 후에 나타나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만 하다. 사고 직후 소방대원과 공무원들은 보호 장구 없이 수습작업에 참여했다. 인근 주민에게도 위험여부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다음 날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2차 피해가 확산되는데도 정확한 피해상황과 범위가 조사되지 않고 있다. 마을과 도로에 내려앉은 불산을 물을 뿌려 씻어내 낙동강 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구미산단에서 불과 40㎞ 떨어진 곳에는 대구시가 수돗물로 사용하는 취수장이 있지만 시민들을 안심시킬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관계당국은 신속하게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민들과 인근 공장 근로자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불과 5㎞ 떨어진 낙동강에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피해보상도 빠짐없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과 토양, 수질에 대한 광범위한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유해화학물질 관리실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화학물질 제조업체가 30곳 넘게 입주한 구미산단에서는 1991년 페놀 유출사고를 비롯해 독성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났을 때 소방관이 맨몸으로 투입되는 원시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느 업체에서 어떤 유독물질을 취급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사고대책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