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후보들 묻지마 영입 대신 정책 경쟁을
입력 2012-10-03 19:09
원론만 외치지 말고 구체적인 비전 제시하라
대선을 앞둔 여야 주자들의 영입 용인술이 갈수록 가관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에게 직접 공동 선대위원장 임명장을 전달했으나 사흘 만에 취소를 통보 받는 수모를 당했다. 식사 자리인 줄 알고 갔던 김 선수가 뒤늦게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명 배우 손숙씨와 김용택 시인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가 당사자들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공석인 중앙선대위원장과 국민대통합위원장에도 정운찬 전 총리 등 명망가들이 거론됐지만 하나같이 퇴짜 맞았다. 지지세가 약한 층에서 인기인을 불러와야 상대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조급한 판단에서 빚어진 일로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이념과 정체성이 맞지 않는 마구잡이 영입을 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은 박 후보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국정을 파탄 내 폐족임을 자칭했던 ‘친노’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호언과는 딴판으로 선대위를 꾸려 용인술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선대위 핵심 요직을 친노 인사들이 모두 차지해 탕평 인사를 하겠다던 다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당내 인사들조차 ‘노무현 비서실인지 문재인 비서실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할까.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경제 참모로 친 재벌 인사와 반 재벌 인사를 동시에 영입해 그가 주장하는 혁신 경제가 도대체 뭔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국민들에게 고민과 정성이 담긴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고 영입인사의 상징성에 기대 표를 모으려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지 깨끗하고 참신하다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선거를 치를 작정이 아니라면 눈에 띄는 공약을 조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여야 주자들이 명망가 영입에 목을 매는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싸움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인재 영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을 이끌 지도자임을 자부한다면 오겠다고 약속도 하지 않은 인사를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려는 구태는 지양했으면 한다.
사실 명망가들이 캠프에 합류한들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돼 있는데다 자칫 기존의 측근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한순간 언론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으나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과거 수차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영입한 인사의 말로를 살펴보면 대부분 낙동강 오리알처럼 결국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회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날로 치열해지는 영토분쟁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세계경제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뚜렷한 국정 철학과 정책 제시는 외면한 채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원론만을 외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모적인 묻지마 영입 경쟁을 당장 그만두고 당당한 정책 대결을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