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이패밀리의 행복스타일
입력 2012-10-03 18:02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하이패밀리의 사역 철학은 창세기에 기초한다. 천지창조는 하나님이 하신다. 하지만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담에게 맡겼다. ‘부르는 대로 그 이름이 되니라.’(창2:19) 하이패밀리는 족집게 과외교사처럼 사회문제를 짚어낸다. 그리고 거기 적절한 이름을 부여한다. ‘혼혈아, 혼혈인’이라고 피를 가지고 인권침해의 우를 범하고 있을 때, ‘다문화가족’이란 이름을 지었다. 프레임 효과는 컸다. 언론은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인류(?)가 탄생되었다.
슬쩍 개념을 바꾸는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않고 반드시 그것을 법제화하거나 교육으로 끌어낸다. 그게 하이패밀리 스타일이다. ‘성매매 거부 남성 10만 서명운동’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끝내 성매매 방지법이란 결과물을 얻어냈다. 화장장려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장이 탄생했다. 하이패밀리가 벌인 많은 캠페인이 사회운동과 관계법령의 결실로 돌아왔다. 여기서 얻은 동력은 문화변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하이패밀리의 또 하나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면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다. 하나를 붙잡으면 그것을 다양하게 적용시키는 재능이 남다르다. 양평에 세워진 카펠라 오비(계란교회)를 통해서 개신교 첫 선교사 귀츨라프를 찾아내고 귀츨라프란 인물을 통해 교회문화를 바꾸는 일뿐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이패밀리 사역이 돋보이는 것은 ‘부부’가 있어서다.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박사는 기막힌 조합이다. 철저히 다르면서 하나가 된 거기에 사역의 에너지가 있다. 도저히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칼라가 합쳐 기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사람들은 그 둘의 하나 됨에서 비로서 희망을 얻는다.
며칠 전 송 목사님을 뵈었을 때, 자신이 계란을 세워 보았는데 그게 그대로 서더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나 편견에 사로잡혀 포기해 버리는 것을 기어코 해냈던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계란을 세운 그가 한국교회와 사회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 지켜보며 박수쳐 주고 싶다.
안인섭 총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