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교회처럼” 교계 패러다임 바꾸다… 창립 20주년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 부부
입력 2012-10-03 21:06
시골산간벽지까지 행복의 전등이 환하게 켜지도록 꺼지지 않는 ‘행복의 엔진’이 되고 싶었다.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결혼구조단’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땅에 행복세상이 세워지도록 살맛나는 가정문화를 세우는 ‘문화게릴라’가 되고 싶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가정사역 NGO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가 출범 당시 품었던 꿈이다. ‘시미나창’ 하이패밀리를 두고 하는 소리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하이패밀리는 사역을 시작할 땐 단 한명의 직원도 없이 7평 사무실에 간판을 걸었다.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모두들 의아했다. ‘가정문제 연구소’면 몰라도 웬 ‘가정사역’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설립자인 송길원 목사와 그의 아내 김향숙 사모의 의지는 단호했다. 가장 무서운 벽은 ‘가정=문제’라는 등식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UN이 세계 가정의 해(1994)를 선포하기 2년 전이었다. ‘가정을 교회처럼, 교회를 가정처럼’이란 캐치플레이즈를 내걸었다. 울림은 컸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교회는 가정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경회 대신 ‘가정행복 부흥회’란 말이 들불처럼 번져가기 시작했다. 교회 내, 가정을 주제로 한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2002년, 이들은 단체이름을 하이패밀리로 개칭하면서 교회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끌어안게 되었다. 그동안 하이패밀리는 혼혈인 인권 차별 개선을 위한 범시민 운동을 통해 ‘다문화가족 지원법’, 10만명의 남성이 성매매 거절 서명운동에 참여해 ‘성매매방지법’ 등을 통과시켰다. 또 가정경제 살리기 캠페인 ‘카드 빗은 가져도 카드 빚은 가지지 맙시다’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2005년)제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노력으로 기관 최초로 대통령 표창(2004.5.15)을 받았다.
하이패밀리의 가장 큰 자산과 동력은 사람이었다. 최홍준목사는 송목사의 끼(재능)와 깡(열정)을 알아보았다. 자신의 사역현장인 호산나교회를 임상실험장으로 내 주었다. 멘토가 되어 마음껏 후원했다. 이어 고(故) 옥한흠목사가 그를 끌어안고 후견인이 되어 서울시대를 열어 주었다. 고(故) 김인수, 김수지박사, 이동원목사가 앞장서 이들 부부를 이끌어주고 지원했다.
동역자로서 가정사역을 이끌어 온 김향숙 사모는 댄스테라피를 전공한 후 사모 및 여성사역, 청소년 부모교육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가 이끌고 있는 가정사역 전문가 양성코스를 통해서 많은 가정사역자들이 배출되면서 가정사역 인프라는 보다 폭넓어졌다. 웬만큼 큰 교회는 이젠 가정사역 전담 교역자를 찾게 되고 가정사역 서포터즈를 통해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하이패밀리는 지난 7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양평 숲속에 이색교회를 세웠다. 교회는 영락없는 계란 모양이다.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5명 한 가족이 들어가면 적당한 넓이(15.9㎡, 약 4.8평)다. 이 계란교회는 양평 서종면 일대 3만 평 부지 위에 조성중인 W-존(zone)의 일부에 불과하다. W-존에는 가정 치유 회복센터가 들어선다. 이곳에 정원형태의 자연장지도 꾸몄다. 단순한 추모의 공간을 넘어선 교육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부활신앙과 함께 생명교육을 하는 이른바 ‘웰다잉 교육’이다. 아울러 하이패밀리는 현재 가정사역을 선교지까지 전파하기 위한 사이버대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