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제품, FTA 발효국 시장서 中에 밀려
입력 2012-10-03 18:44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칠레 등 중국과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역과 국가에서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 FTA 발효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주요국의 FTA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전자부품과 전동기·발전기 비중은 8.1%로 FTA 상품 무역협정이 발효된 2007년(7.5%)에 비해 0.6%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 1위 품목인 전자부품과 전동기·발전기는 FTA 발효 후 2009년 8.9%까지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중국 제품은 FTA가 발효된 2005년 13.1% 이후 비중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18.7%를 기록했다.
2004년 한국, 2006년 중국과 잇따라 FTA 상품무역협정을 맺은 칠레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반면 한국은 힘을 못 쓰고 있다. 일반 기계 분야의 경우 한국 제품은 FTA 발효 당시 1.6%였던 비중이 2009년 5.2%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2.5%로 떨어졌다. 중국 제품 비중은 2006년 6.1%에서 지난해 10.8%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안과 칠레 외에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 페루 등에서도 한국이 누릴 수 있는 FTA의 이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FTA의 기대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혜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소기업과 FTA 발효국 간 무역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과 함께 FTA 상대국과의 정보 교환 및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에 밀리고 있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수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도 요구된다. 과거 중국은 섬유·의류 등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주로 수출했지만 최근 전자부품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1990년대 이후 반도체나 LCD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통신·기계 부문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특정 품목의 성장에 치우친 착시효과가 전체 제조업 수출 전선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전통 제조업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수출 품목 다양화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