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역대 대선판 좌지우지 ‘제3후보’ 이번에는…
입력 2012-10-03 21:49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여야의 거대 정당의 후보를 제외한 이른바 ‘제3후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역대 제3후보 중 가장 대권에 근접해 있다. 과거 제3후보들은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처럼 대선 판을 크게 흔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 완주조차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1997년 대선에 ‘3김 청산’과 ‘세대교체’를 내걸고 출마했다. 신한국당 경선 불복이라는 약점에도 출마 선언 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당시 이회창 김대중 후보와 호각지세를 이뤘다. 하지만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추락했던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회복되면서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역전 당했다. 결국 이 대표는 19.2%의 득표율로 김대중(40.2%) 이회창(38.7%)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회창 후보에게 쏠렸던 여권 표를 상당부분 흡수하며 김대중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경남에서 이 대표가 3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당락을 가른 최대 요인이 됐다. 김대중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6% 포인트에 불과했다.
정 전 대표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바람을 타고 한때 지지율 1위에 오르는 등 대권에 근접했다. 이 대표가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흔들린 이회창 후보의 빈틈을 노렸듯이 정 전 대표 역시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주당 내 위기론을 파고들었다. 민주당 안팎에서 커지는 후보교체론, 제3후보 영입론을 등에 업고 출마를 선언했으나 11월 말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하며 대권 도전이 좌절됐다.
두 사람 외에 92년 대선에 출마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도 380만8000여표(16.3%)를 얻으며 선전했다. 같은 해 2월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할 정도로 바람몰이에 성공했지만 청와대 입성에는 실패했다.
대전을 비롯한 충북·충남, 인천, 경기, 강원 지역에서 2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같은 해 출마했던 박찬종 전 의원은 한때 지지율 1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결국 6.4%의 득표에 그쳤다. 그는 97년 선거를 앞두고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에는 나서지도 못했다.
역대 대선 중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졌던 2007년에는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며 제3후보 역할을 했다. 유한킴벌리 사장 출신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도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이회창 후보는 충남에서 33.2%를 득표하는 등 충청권에서 선전해 전국적으로 15%가 넘는 득표율을 얻었고, 문 전 대표는 5.8%였다. 이밖에 고건 전 총리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파동 때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가 지지율이 추락하며 2007년 1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현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