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각장애인교회 건축 ‘님비’에 7개월째 첫삽 못떠
입력 2012-10-02 23:28
부산지역 청각장애인들의 예배장소인 부산에바다농아교회(이우복 목사) 새 예배당이 주민 반대에 막혀 7개월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청각장애인교회가 주차난과 소음 등을 일으킨다고 주장하지만 ‘내 집 앞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아니냐는 것이 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일 교계에 따르면 부산에바다농아교회는 부산 지역 청각장애인들의 예배당을 마련하기 위해 6억여원을 들여 부산시 연산동에 청각장애인교회를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26일 공사를 시작했다. 새 예배당은 422㎡ 대지에 지상 3층, 건물 전체 면적 488㎡ 규모로 건립되며 지난 6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이곳에 교회는 물론 세계농아인선교센터, 농아인신학교, 농아인복지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근의 일부 주민이 지속적으로 반대 시위를 하고 부산 연제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차난이다. 평소에도 주차난이 심각한데 예배당까지 들어서면 주차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소음과 집값 하락, 주거환경 오염 등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배당을 이용하는 150여명의 청각장애인 중 주일날 차량을 가지고 오는 성도는 12∼13대에 불과하고 주차 시설이 15∼16대에 달해 주차난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교회측의 설명이다. 또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소음을 낼 일도 없다고 한다.
교회 측은 원할한 공사 진행을 위해 주민들을 만나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에는 가장 반대가 심한 빌라(8세대)에 합의금 3200만원을 전달했다. 청각장애인 교인들이 폐지나 빈병, 헌옷 등을 팔아 모은 돈이다. 그러나 합의금이 전달된 뒤 이전 대표들과 다른 주민들이 다시 공사를 방해하며 또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고 나왔다. 빌라는 주민 대표자가 아니며 그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측은 7개월 동안 4차례 공사 차량의 진입을 시도했으나 주민들은 차량으로 공사장 입구를 막아 놓았다.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이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차량을 이동하는 바람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교회는 공사지연으로 대출이자, 사채 이자, 교회 월세 등 매달 500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부산에바다농아교회는 기독교하나님의성회 청각장애인 선교의 출발지다. 1960년 미국위문협회 사무국장 페티 헤니 여사가 최성만 목사와 함께 세운 이 교회는 부산·경남 지역 최대의 청각장애인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교회는 50여년간 자체 건물이 없는 서러움을 겪었다. 지금도 상가 3층을 전세 내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모인다는 이유로 가는 곳마다 이웃 주민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교회의 기도제목은 ‘우리도 반듯하고 아름다운 교회 건물을 가지자’이다.
이우복 담임목사는 “기독 청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어서 어렵게 공사대금을 준비해 성전 건축을 계획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며 “어려운 이웃의 처지를 배려해주는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