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新공항에 한국 화가 대형벽화… 화가 이상남 포즈난에 영구 설치

입력 2012-10-02 18:55


폴란드 중세도시 포즈난의 신(新)공항에 최근 초대형 벽화가 들어섰다. 포즈난 신공항은 지난 6∼7월 열린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를 계기로 조성된 국제공항으로 동유럽 여행의 관문이다. 도착장 1층 벽면에 가로 74m, 세로 3m짜리 벽화를 그린 주인공은 홍익대 미대를 나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이상남(59·사진)씨.

이씨는 14일까지 포즈난에서 개최되는 제3회 미디에이션비엔날레의 초대작가로 참가했다가 폴란드 공항 건축가 피요트르 바렐콥스키의 추천으로 벽화를 그렸다. 2006년 서울 역삼동 LIG손해보험 본사 사옥, 2010년 경기도미술관 로비, 지난해 경남 사천 LIG손해보험 연수원 등에 대형 벽화를 그려 호평 받은 덕분이었다.

벽화 제목은 ‘풍경의 알고리즘’. 원과 선, 부호 등을 활용해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설치했다. 건물 윗부분을 띠처럼 감싼 작품은 비엔날레 이후에도 영구 전시된다. 재미작가 강익중씨가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벽화를 영구 설치한 데 이어 한국 작가의 작품이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에 설치된 것은 두 번째다.

전시 중 잠시 귀국한 이씨는 2일 “공항을 전시공간으로 삼은 것은 ‘예기치 못한 만남’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전시를 보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오지만 공항에 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여행객들이 우연히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면 흥미롭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동하는 공간에 놓인 제 그림에 눈길이 닿는다면 관람객들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설치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그의 작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깊이와 현란함, 세련된 조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비평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트 인 아메리카’ 등에 게재되기도 했다. ‘도회적 풍경화’를 선보이는 그의 국내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에서 ‘Light+Right(Three Moon)’라는 타이틀로 12일까지 열린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