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남준 교수팀, 난치병 앓는 8개월 영아에 간이식 성공… 골형성부전증 환자 세계 최초

입력 2012-10-02 21:32


희귀·난치병 ‘골형성부전증’과 ‘담즙성간경변증’을 동시에 갖고 태어나 하루하루 생명을 힘들게 이어가던 생후 8개월 아기가 어머니의 간 일부를 이식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8월 20일 외과 이남준(사진) 교수팀이 골형성부전증과 담즙성간경변증을 합병한 채 태어난 남자 아기 김모군의 간을 제거하고 어머니의 간 일부를 이식해주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총 8시간이 소요된 이 수술은 골형성부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된 세계 첫 간이식 사례다. 골형성부전증 환자가 치명적인 간경변증을 합병한 경우 선천적으로 뼈를 만드는 기능과 혈관이 약한 데다 수술 시 골절 부상과 과다출혈 위험도 높아 지금까지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골형성부전증 환자들은 자라면서 척추와 팔다리가 변형돼 척추장애인 또는 하지장애인이 되기 쉬운 골격계 희귀·난치병이다. 또 담즙성간경변증이란 쓸개즙이 음식물을 소화시킨 뒤 정상적으로 배설되지 않고 간 속으로 흘러들어 간 조직을 손상시키고 딱딱하게 만들어 간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그러나 김군은 이식 후 소아중환자실에서 10여일간 집중치료를 받고, 같은달 31일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데 이어 다시 닷새 후인 9월 5일 퇴원할 정도로 건강을 빠르게 회복했다.

김군은 생후 4일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고 황달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회색 변까지 봐 생후 1개월째 간 조직 검사를 통해 담즙성간경변증 진단을 받게 됐다. 그후 김군은 불과 7개월 사이에 급격히 간 기능이 저하돼 간이식 외엔 대안이 없을 정도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돼 어머니의 간 일부를 이식받았다.

이 교수는 “수술 당시 김군은 이미 선천성 골형성부전증으로 여러 번 골절 부상과 뇌출혈까지 겪은 상태였다”며 “수술 시 폐 손상과 갑자기 고열(高熱)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 어쩔 수 없이 가슴 부위를 강제로 벌리지 않고 정맥 마취만으로 시술하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