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CEO 과정에도 대선바람… 경희·서강대 ‘훈풍’ 고려대 ‘삭풍’

입력 2012-10-02 18:46

서울시내 대학들의 최고경영자(CEO) 과정에도 벌써부터 대선 바람이 불고 있다. 대선 후보를 배출한 대학의 CEO 과정에는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현 정권에서 부상했던 고려대는 정원을 못 채워 시들해지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2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이후 경희대 CEO 과정에 대한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올해 가을학기 과정 지원자도 예전보다 2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문 후보의 모교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가을학기엔 정원 30명을 꽉 채워 선발했고 3명이 중간에 포기해 현재 남은 인원은 27명이다. 다른 대학들이 CEO 과정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졸업한 고려대의 경우 정원 40명 중 27명만이 지원했다. 저물어 가는 권력과 뜨는 권력 간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J대의 경우 13명밖에 선발하지 못했고, H대는 17명이 지원하는 데 그치는 등 다른 유명 사립대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경희대 CEO 과정에는 은행권 인사 7∼8명과 중견 건설업체 임원급 인사 등 금융권과 재계 인사들이 주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관계자는 “다음 학기 선발 일정을 묻는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며 “학교 측 입장에선 이 같은 상황이 정치적 색채를 띠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모교인 서강대의 경우 CEO 과정이나 오피니언리더 과정에 대한 지원문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교에 적을 두고 싶어하는 분들의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며 “정부 부처에서 지원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강대 오피니언리더 과정은 공·사기업체 임원이나 고위공무원, 중견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다른 서강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 정원도 그대로고 지원자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