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유권자 눈높이 낮춰라”… 오바마캠프, 우세전망 63%로 너무 높아 부담
입력 2012-10-02 18:2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토론회를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일시 중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20마일가량 떨어진 헨더슨에, 롬니 후보는 토론회가 열리는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의 한 호텔에 묵으며 1차 대선 토론회 막바지 연습에 들어갔다.
양 후보 진영이 공통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은 유권자들의 기대를 낮추는 일.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 공동조사 결과 등록유권자 중 오바마 대통령이 토론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63%로 롬니를 꼽은 유권자들의 2배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 보좌진에게 이는 결코 반가운 뉴스가 아니었다.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높으면 토론회에서 작은 실수도 큰 실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롬니 후보 진영은 며칠 전부터 이런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그는 수년간 매일같이 전 국민을 상대로 국정 현안을 전달해 왔고, 토론의 달인”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선거캠프 제니퍼 사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답변을 장황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요점을 짧게 대답해야 하는 토론 형식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에 쏠리는 기대 낮추기에 주력했다.
익명의 오바마 캠프 보좌관은 “사람들은 오바마가 롬니 후보를 항복시키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 특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경멸하는 듯한 자세나 오만하게 비칠 수 있는 모습이 대선 토론회에서 표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2000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주 한숨을 쉬는 모습이 지지율을 급락시킨 대실책으로 꼽힌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의 과반을 거의 확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토론회에 임하는 롬니 후보는 더욱 다급하게 됐다. AP통신은 지난달 30일 각종 여론조사와 두 선거 캠프의 자체 평가 등을 종합해 오바마가 전체 선거인단(538명) 가운데 과반(270명) 확보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고 가정했을 때 오바마가 초격전 지역인 오하이오주와 아이오와주, 그리고 워싱턴DC와 다른 19개 주에서 이겨 271명의 선거인단을 챙긴다는 예상이다. 롬니는 23개 주에서 승리해 206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롬니가 판세를 엎으려면 아직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는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인 플로리다주, 콜로라도주, 네바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뉴햄프셔주, 버지니아주를 싹쓸이해야 한다. 이 6개 주를 모두 가져가더라도 롬니는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오바마로부터 오하이오나 아이오와를 추가로 빼앗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