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하루에 2곳 고장… 안전신화 흔들린다

입력 2012-10-02 21:36


원자력 발전은 절대 안전하다는 신화에 금이 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일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각각 고장을 일으켜 발전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하루에 두 곳의 원전이 멈춰선 경우는 2007년 6월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최근 고리 원전에서 재난안전팀 소방대 소속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히로뽕을 투약하다 검찰에 적발되는 등 한수원의 원전관리 능력이 총체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쯤 부산 기장군 효암리에 있는 신고리 원전 1호기가 고장을 일으켜 발전이 정지됐다. 원자로 출력을 컨트롤하는 제어봉 제어 계통에 이상이 생겨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가 멈춰섰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이어 오전 10시45분쯤 전남 영광에 위치한 영광원전 5호기에서도 증기발생기 이상으로 발전이 중단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 건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고·고장 0등급이며 방사능 외부 누출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사고 은폐, 뇌물, 원전직원 마약 투약 등 사고가 잇따르며 ‘비리 공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한수원의 원전 운영관리 능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발전을 시작한 지 17개월을 갓 넘긴 신형 원전 신고리 1호기의 고장이 지난 8월 신월성 1호기 고장과 동일하게 제어봉 계통 부품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사고 원인이 납품 비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규격에 맞지 않는 부품을 사용하게 해주거나 금품을 받고 납품 편의를 봐준 대가로 한수원 직원 22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원전 고장에 따른 발전정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에 2건이었던 고장이 지난해 7건, 올해는 벌써 8건을 기록했다. 이번 고장에 대해 한수원 발전운영실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져 근무조의 30∼40%만 정위치하고 나머지는 사택이나 관내에서 대기하는 대기조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 원자력 발전소가 고장을 일으켜 생긴 경제적 손실이 3639억원이라고 밝혔다. 가동정지 일수는 총 424일로, 한 달에 30여억원의 손실이 난 셈이다.

원전관리 능력을 의심받는 한수원은 그러나 직원 복지만큼은 단단히 챙겼다. 한수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수원은 직원 5357명에게 학자금 403억58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줬다. 대출받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033만원이다. 김 의원은 “원전 관리는 뒷전인 공기업이 고액 연봉자에게 무이자 학자금까지 대출해 주는 걸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