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축은행 부실 더 커지기 전에 대책 내놔라
입력 2012-10-02 21:33
지난해와 올해 3차례 단행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2개 저축은행은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에 1조162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올해 신설 법인을 제외한 86개 저축은행이 2010회계연도에서 기록한 적자 4014억원과 비교할 때 1년 사이에 약 2.9배 급증한 것이다. 저축은행 10곳은 자기자본을 완전 잠식했고, 11곳은 건전성이 심각하게 나빠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은 여전히 우려된다”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상황이 계속 나빠져서 적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적자를 지속하면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도 위험하지 않고 회복 중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를 일이다.
저축은행 부실 논란이 일 때마다 금감원은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종전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부실이 심화된 뒤에야 뒷북 대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지난해와 올해 3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20개 저축은행을 퇴출시킬 때 적기에 시정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바람에 부도덕한 저축은행 오너와 대주주들의 불법·탈법 행위를 묵인·방조한 과오를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감독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벌여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 권고 요구, 경영개선
명령, 영업정지 등 단계별로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차일피일 시정조치를 미루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부실 규모를 키운 다음에 국민의 혈세로 틀어막으려는 발상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차제에 낙하산 감사나 사외이사로 간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의 퇴출을 막는 데 방패막이로 활동한 악습과도 과감히 결별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이 적절한 명칭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지난 7월 상호저축은행을 상호신용금고로 환원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명칭 변경은 건전한 저축은행 경영까지 악화시킨다”고 반대했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임을 알 수 있는 방향으로 명칭 변경을 고려하면 어떨까 싶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 피해를 본 대부분의 서민들이 저축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알고 돈을 맡겼다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