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내각 ‘영토수호’ 깃발… 위험한 우경화

입력 2012-10-02 21:29

민주당 대표 재선에 성공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정권 단합을 표방하며 1일 내각을 대폭 교체했다. 지난해 9월 총리 취임 이후 세 번째로 이뤄진 이번 개각에선 각료 18명 중 10명이 물갈이됐다.

당 대표 선거에서 노다 총리를 지지한 조지마 고리키(城島光力) 전 국회대책위원장이 재무상에,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정조회장이 국가전략상에 임명됐다.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고노 담화’ 수정을 주장했던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교체됐다. 대표적인 친중국 인사로 알려진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무상이 문부과학상에 기용됐다.

일본 언론들은 다나카 문부과학상을 향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과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 등 노다의 외교·안보라인은 유임됐다.

일본 새 내각은 ‘영토수호’를 주요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웠다. 노다 총리는 1일 개각 후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법의 지배’를 영토 문제와 관련한 기본 방침으로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조지마 신임 재무상은 2일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를 연장할지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선 총리와 동문인 마쓰시타 정경숙(엘리트 정치학교) 출신 각료가 5명으로 늘어났고, 당내 총리 파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노다 총리는 인사 배경으로 지지율 만회와 분위기 쇄신을 내세웠으나 차기 총선을 대비한 인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각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논공행상 내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총리가 측근들을 배려하고, 탈당 가능성이 있는 중진들을 붙들기 위해 개각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야권도 개각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임 자민당 간사장은 ‘재고처분 내각’이라고 폄하했다. 정권말 ‘추억 만들기 내각’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노다 재임 13개월간 다섯 번이나 저출산담당상을 갈아치우는 등 잦은 각료 교체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선에서 헌법개정 발의 요건을 정한 헌법 96조 개정을 쟁점화하겠다고 밝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개각 전날 강연회에서 “(헌법 개정 발의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차기 선거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차기 총선에서 헌법 96조 개정 문제를 쟁점화하고, 이를 통해 헌법 개정을 쉽게 한 뒤 결국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수순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