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추석 민심=대권 풍향계… 이번엔 변수 많아 예측불허

입력 2012-10-02 21:39


역대 추석 민심은 대선에서 풍향계 역할을 했다. 추석 밥상에서 굳어진 전국 여론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대선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대선을 앞둔 추석 민심은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인 독주로 나타났다.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치열하게 붙은 뒤 본선행을 확정 지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이 후보는 ‘경제 대통령’을 갈망하던 민심에 힘입어 일찌감치 50%대 지지율을 구축한 상태였다. 추석 당일인 9월 25일까지도 여당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뒤늦게 지지율 반등을 꾀했고 보수 진영의 한 축인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막판에 뛰어들며 표 분산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이명박 후보는 역대 대선 최대 표차(530만표)로 승부를 갈랐다.

이 후보는 앞서 2006년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박 후보의 지지율을 추월했고, 다음해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팽팽하게 붙었던 1997년 15대 대선에서도 추석 민심이 승부를 갈랐다. 추석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지지율 30% 안팎으로 선두를 달렸다. 한 달 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공동정부에 합의, 이른바 ‘DJP 연합’을 성사시키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추석 여론조사에서 15∼20%의 지지율로 김 후보를 맹추격했던 이 후보는 민주당 조순 후보와 한나라당 창당 및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추석 직전 지지율 30%를 넘는 기염을 토하며 한때 1위를 달렸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추석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5년 뒤 ‘대세론’을 형성하며 재수에 나선 한나라당 이 후보와 ‘월드컵 4강 신화 바람’을 탔던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추석 직후 표출된 여론에서 박빙의 지지율로 경합했다. 정작 대선에 당선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당시 20% 안팎의 지지율에 그쳤다. 노 후보의 지지율은 한동안 하락 곡선을 그리며 당내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는 최대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극적으로 이뤄낸 노 후보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고 이 후보에게 2.3% 포인트 차이 신승을 거두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16대 대선에서는 추석 민심과 대선 결과가 사뭇 달라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는 3자 구도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만 우세했고, 다른 두 후보의 지지율 합에는 15% 포인트 정도 뒤졌다. 양자 대결에서는 2위로 나온 결과가 많았다. 정 후보에게는 10% 포인트, 노 후보에게도 5% 포인트 정도 뒤처졌다.

이번 추석에도 2002년과 비슷한 대선 구도가 형성됐다. 2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3자 구도에서 1위를 달렸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는 7.8% 포인트 적었다. 아울러 강력한 무소속 후보가 등장했고, 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관심이 모아진다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추석 민심=대선 결과’를 공식화하는 것은 섣부른 분석이란 지적도 있다.

통상 추석과 대선이 있는 연말까지는 시차가 크다는 점에서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돌발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추석 연휴와 대선 사이 시차는 80일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