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줄근한 아저씨 스타일 OUT!… ‘가을 노무족’ 자신감을 입는다
입력 2012-10-02 17:29
바람이 서늘해지면서 아저씨들이 다시 돌아왔다. 군살을 가릴 수 있는 넉넉한 품의 양복에 하얀 셔츠를 입고 바쁘게 걷는 그들. 지난여름 에너지 절약 정책에 떼밀려 반바지에 보트슈즈를 신고 ‘노무족(No More Uncle)’ 대열에 합류했던 이들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 ‘후줄근한 아저씨’로 돌아왔다면, 주말 쇼핑에 나서보자. 중장년층들을 위한 신사복 코너 대신 주로 젊은이들이 가는 SPA 매장이나 캐주얼 코너를 집중 공략해보라. 알록달록하고 튀는 디자인들 사이에서 골라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 SPA 브랜드 남성복 담당자들에게 ‘가을 노무족’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추천받았다.
◇트렌치코트=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애인을 떠나보낸 뒤 가로수길을 쓸쓸히 걸어 나오던 험프리 보가트. 그가 트렌치코트 대신 다른 것을 입었다면? 멋이 반감됐을 것이다. 가을 남성패션에 스타일을 살려 주는 대표주자는 역시 트렌치코트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 ‘8세컨즈’의 남성복 담당 이지섭 실장은 “올 가을 남성 패션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군복의 느낌이 강조되는 밀리터리”라면서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짧은 기장의 트렌치코트를 추천했다.
이 실장은 “보통 중장년층들은 무릎길이의 트렌치코트를 재킷 위에 입는데, 올가을에는 짧으면서 몸에 잘 맞는 트렌치코트를 셔츠나 니트 위에 입어 보라”고 말했다. 이때 단추는 풀어놓은 채 벨트만 묶어 안에 입은 옷을 드러내 보여주면 젊어 보이는 스타일링이 완성된다고.
이 실장은 “해군의 느낌을 강조한 줄무늬 셔츠를 안에 입어 포인트를 주면 부드러운 밀리터리룩이 연출돼 한결 멋스러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장과 캐주얼에 두루 어울리고 머플러만 둘러 주면 초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경제적이다.
◇야구 점퍼=누구나 한번쯤 캠퍼스 잔디 위에서 배를 깔고 책을 읽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 마케팅실 정해진 실장은 “올가을 야구 점퍼를 입고 대학생 시절의 낭만을 다시 즐겨보라”고 권한다. 정 실장은 “올가을 야구 점퍼를 비롯해 후드 달린 티셔츠, 아웃도어 재킷 등이 도시적인 감성으로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 야구 점퍼는 몸통은 모직으로, 팔 부분은 가죽이나 에나멜로 돼 있어 보온성도 높고 멋스럽다.
야구점퍼? 그거 젊은 아이들이나 입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한다면 아직 캐주얼 스타일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아저씨과’다. 펑퍼짐한 점퍼 대신 야구점퍼를 자녀들과 커플룩으로 입어 보라. ‘우리 아빠 멋쟁이’ 소리 절로 들을 수 있을테니.
정 팀장은 “야구 점퍼에는 치노 팬츠 등 캐주얼 바지는 물론 신사복 바지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면서 위에 깔끔한 줄무늬 셔츠를 입으면 출근복으로도 무난할 것”이라고 코디 요령을 알려 준다. 주말에는 티셔츠나 스웨터에 청바지를 같이 입으면 캐주얼룩으로 OK.
◇다운 베스트=젊어 보이고 싶은 것은 나이든 사람들의 공통의 소망.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 마케팅팀 이나래 주임은 보온성과 활동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스타일 지수를 올려 줘 한껏 젊어보이게 해주는 다운 베스트를 추천했다.
이 주임은 “멋쟁이로 손꼽히는 30, 40대 중년층들을 눈여겨보면 바로 자신의 체형을 커버하는 적절한 패션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스타일을 터득한 이들”이라며 베스트야말로 체형 커버의 효자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두루뭉술한 허리나 뱃살을 깔끔하게 가려준다고. 그는 “부피감을 최소화한 초경량의 울트라 라이트 다운 베스트는 착용감도 좋을 뿐 아니라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어 경쾌한 스타일로 완성해 준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두 벌 갖고 있게 마련인 스웨터에 면바지나 코르덴바지를 입고 다운 베스트를 걸쳐주면 캐주얼한 룩을 즐길 수 있다. 이 주임은 “남성들도 레이어링(겹쳐입기)을 하면 한결 세련돼 보이므로 셔츠를 바지 겉으로 꺼내 스웨터 아래로 살짝 보이게 입어보라고 권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