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장밋빛 전망, 잘못된 마무리

입력 2012-10-02 19:10


세계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년 여름까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국민들을 달래 왔다. 그러나 정작 올해 하반기 성장률은 2%를 밑돌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으며, 민간 기관들이 내놓은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6%에 불과하다.

하반기가 되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믿고 하반기가 되기를 학수고대하던 기업과 가계에 실망을 안겨준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내년 예산안과 2016년까지의 국가재정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조바심 나게 하반기를 기다리라고 하지 않고 아예 한 4년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경제성장률을 내년 4%, 2014년 4.3%, 2015년과 2016년 4.5%로 전망했다.

또 이렇게 정부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해도 좋은가? 돌이켜 보자. 정부는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3%에서 시작해 4%로 수정했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 실제 성장률은 이미 2.6%로 떨어졌다. 정부 발표를 믿고 ‘상저하고’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안겨준 실망감에 대해서는 전혀 사과도 없이 이번에는 더 배짱 좋게 2016년까지 장기 지속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민간 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5%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금년 정부의 경제전망 실패의 근거를 제공했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이번에는 첩첩이 쌓인 세계 경제의 난제 해결을 우려하고, 10월 성장 전망치 하향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IMF가 당초 금년 4월 세계 경제전망을 상향해 수정한 것은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금융 위기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전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낙관적인 전망은 빗나갔으며 IMF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망 기관들은 내년에도 이 문제들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어떻게 4%대 지속 성장의 장밋빛 전망을 거듭하고 있는가?

정부가 내놓는 경제전망의 중요성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민간 기관의 전망과 차원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지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잡아 실제 성장률이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세입은 예산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국민에게 약속한 세출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민간의 경제활동 예측에 중요한 신호 기능을 한다. 만약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기업과 가계의 신뢰를 잃으면 이 신호 기능은 혼란을 가져오고, 그만큼 실제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질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정부의 경제전망은 민간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그래도 2012년 이후 경제는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면 되기 때문에 시쳇말로 정권 마지막 해의 ‘아니면 말고’식 전망은 아닐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747공약’을 지키지 못한 대신에 ‘장밋빛 전망’으로라도 국민들을 위로하고 마무리하려는 것인가?

MB 정부는 지난 5년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진솔하게 국민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어렵고 답답한 전환기이다. 이 시기에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된 위로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진실’이라도 국민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유능한 척하는 정부’가 아니라 ‘진실로 소통하고 노력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김동원(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