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생인권조례 등 ‘郭의 정책’ 폐기 착수
입력 2012-09-28 17:15
곽노현(58) 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직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에 서울시교육청이 그가 추진했던 핵심 정책들의 용도 폐기에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교육단체들은 강력 반발하면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대영(53) 부교육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이 권한대행이 오늘 학생인권조례와 조직개편안 담당 부서에 기존에 추진되던 사항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권한대행은 조만간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조례를 학칙에 반영할지 여부를 자율로 결정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이는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을 뒤집고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곽 전 교육감은 학교들이 조례를 따라야 한다고 지침을 내린 반면, 교과부는 학교 자율 결정을 주장해 일선 학교들은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큰 혼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이 자율을 강조하는 교과부 방침을 수용함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는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효력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들은 두발·복장 자유를 제한하거나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학칙을 제·개정하는 데 부담을 덜 전망이다.
조직개편안도 힘을 얻긴 어렵게 됐다. 곽 전 교육감은 본청 조직을 축소하고 지역 교육지원청에 학교지원센터(가칭)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해 왔으나 이 대행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없던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부 지역 교육장들과 보수 교육단체들은 학교지원센터가 교육지원청의 교육지원국 업무와 중첩될 뿐만 아니라 (조직개편이) 교육 시스템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 대행의 즉각적인 행보에 전교조는 발끈했다. 손충모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어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 대행의 직무 수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권한남용 사안이 있으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이어 “현재 교과부 장관이 부교육감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 이 제도도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특수성이 훼손돼 왔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으로 학칙 제·개정이 가능해진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상처가 곯은 부분은 개선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