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과 영토분쟁 일본 도발과 관련”… 오에 겐자부로 등 日 지식인들 호소문

입력 2012-09-28 19:56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한국, 중국과의 갈등이 일본의 과거 침략이나 국유화 도발과 관련이 있다며 반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허용하지 말라! 헌법개악·시민연락회’ 등 시민단체들은 28일 일본 국회에서 1270명의 서명이 담긴 호소문을 발표했다. 서명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와 모토시마 히토시 전 나가사키 시장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일본은 한국, 중국이 가장 약할 때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편입했다”며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 국민에게 있어 침략과 식민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진지한 반성을 요구했다. 또 센카쿠 열도 갈등에 대해서도 “수교 40주년의 우호 분위기를 분쟁으로 바꾼 원인은 도쿄도의 센카쿠 매입 선언과 이를 계기로 한 일본 정부의 국유화”라고 지적했다.

호소문을 발표한 오카모토 아쓰시 세카이(世界)지 편집장은 “중국의 반일 시위 등 마음 아픈 장면이 있었지만 일본 시민단체가 지적할 문제는 아니다”며 “한국과 중국의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시민단체가 지적하길 바란다” 말했다.

한편 ‘상실의 시대’ ‘1Q84’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중·일 영토분쟁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아사히신문에 쓴 기고문을 통해 “국경이 있는 한 영토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년간 한국과 중국 등이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많은 문화적 성과가 국경을 넘나들게 됐다”며 “센카쿠나 독도를 둘러싼 갈등이 활발한 문화 교류로 성숙해진 문화권을 파괴할까봐 두렵다”고도 했다. 무라카미는 반일 감정이 고조된 이후 중국 서점에서 일본 책이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기고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돌프 히틀러의 불행한 역사도 언급했다. 그는 “1930년대 히틀러도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내세워 정권 기초를 다졌는데,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