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013년 여름이면 핵무기 제조 가능… 돌이킬 수 없다” 유엔총회서 ‘빨간 줄’ 그은 네타냐후

입력 2012-09-28 17:01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 무대를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금지선(레드라인)을 ‘직접 긋는’ 장소로 활용했다. 하지만 레드라인 설정에 부정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는 등 그동안 미국에 세워 온 ‘날’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으면 내년 여름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준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70% 도달했으며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며 현재 농축 속도라면 내년 여름까지 중간 단계의 농축을 마치고 마지막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 단계는 몇 주 내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두 번째 단계의 핵 농축을 마치기 전, 다시 말해 이란이 1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 농축 완료를 몇 달 혹은 몇 주 앞둔 시점에 금지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의 핵개발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내년 여름으로 잡은 것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한 만큼 이란 핵시설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최근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뇌관에 불이 붙은 폭탄 모양의 그림을 들고 이란의 핵 위협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마크 펜을 꺼내 핵무기 개발 마지막 3단계 시작 지점 아래에 굵은 빨간색 선을 직접 긋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란에 경고한 데 감사한다고 밝히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공통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는 등 대선 판세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문제 전문가인 메이어 자데단파르 교수는 “오늘 연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가 무력수단을 써서라도 레드라인을 지키겠다고 언급하지 않았고, 이란 핵개발 저지 시한을 내년으로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정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존의 이란 제재가 핵무기 개발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군사적 제재보다는 아직 효율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가할 시간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