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키즈’ 눈부신 성장… 김해진 주니어 그랑프리 쇼트 1위
입력 2012-09-28 16:46
‘연아 키즈’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김연아 이후 피겨 불모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무색하게 최근 이들 연아 키즈들이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 피겨가 김연아 이후에 대한 희망을 찾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김해진(15·과천중)과 이준형(16·수리고)이 각각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수확한 것이다. 특히 이준형의 메달은 남자 싱글 사상 처음 이뤄진 사건이었다.
올 시즌에는 박소연(15·강일중)과 김진서(16·오륜중) 등 새로운 얼굴들이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소연은 김연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김진서는 이준형에 이어 남자 피겨에서 2년 연속 메달을 따냈다. 또래 선수 중 무려 4명이나 시상대에 오르는 경험을 한 것이다. 사실상 홀로 국제무대를 누비던 김연아의 사정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올 시즌에는 남녀 싱글에서 무려 10명의 선수가 그랑프리 무대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물론 이 선수들의 객관적인 실력은 김연아가 그 또래였던 시절과 비교해도 한 수 아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또래 선수들이 경쟁하면 당연히 실력도 더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메달권도 꿈이 아니다. 실제로 박소연과 함께 ‘포스트 김연아’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김해진은 최근 박소연의 은메달 소식에 자극을 받은 듯 28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3.64점을 받아 미국의 바비 롱(52.24점)을 1.40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해진이 29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만 줄인다면 2005년 김연아 이후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있다.
최근 김연아가 2014 소치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뛰기로 하면서 이들 주니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태릉에서 함께 훈련하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돌아온 김연아의 기량에 따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1∼2위를 하면 소치올림픽 출전권은 3장이 된다. 10위권에만 들어도 2장의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상위권을 기대할 만한 선수는 김연아 밖에 없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연아 키즈들이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느냐는 김연아의 성적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