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분량 확 줄이고 소통시간 가져라… 명절스트레스 날리기

입력 2012-09-28 16:41


명절은 그립고 정다운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는 때이면서도 전통적 습관과 현대적 문화가 충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잠재돼 있던 가족 간의 갈등이 표출돼 세대 간의 차이를 절감하기도 하고 동서간의 갈등으로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과 비용 부담하는 일 그리고 짜증나는 먼 길을 오가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행복해야 할 명절이 즐거움보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기간이 될 수 있어 명절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접대위주 명절문화 이젠 바꿔야

지구촌가정훈련원 이희범 목사는 누가복음 10장 41∼42절에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마르다가 일을 돕지 않는 동생에 대한 불만을 예수께 말하자 오히려 마르다를 꾸짖는 말씀을 예로 들며 이 말씀이 우리 명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명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날”이라며 “분주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원가족을 돌아보고 섬기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이 담긴 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사역자들은 지금까지의 명절은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에게 행복한 날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명절(名節)이 생명을 단축하는 명절(命切)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옛날 못 먹던 시절, 먹는 것이 중요했고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또 남은 것은 바리바리 싸가는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정사역자들은 명절 전후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문화원 두상달 장로는 가족간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음식의 양과 종류를 줄여라 △상차림의 횟수도 줄여라 △일부 음식은 아웃소싱해라(기성품이나 시장음식도 좋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 △모여서 일만 하다가 헤어지지 말고 같이 즐기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라 △집에만 있지 말고 가족들이랑 같이 노래방이나 극장, 찜질방, 스파에 가든지 가까운 곳에 산책해라 △남편들이 특별히 가사를 분담하고 아내의 위로자가 되어주어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남편들 하기에 달렸다고 권면한다. 두 장로는 “특별히 직장인들에게 꿀맛 같은 휴가가 스트레스 받는 명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나 소통과 배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봉사는 가정에서 시작

스트레스 때문에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동주심교회 안정은 목사는 “스트레스는 흔히 시월드(시댁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남편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이번 추석에는 내가 아닌 상대를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로써 상처주기보다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보라고 말했다.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는 “진정한 봉사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남성들의 봉사를 기사도로 업그레이드 하자”고 당부했다. 이것이 넉넉한 나눔의 한가위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송 목사는 “고통 받는 이웃들을 돌아보는 마음도 놓치지 말자”며 “작은 헌금일지라도 고향교회를 돕고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나누자”고 말했다.

명절은 뭔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작점이다. 마음의 다짐이 있고 각오가 있다. 새로움이 있다. 이번 한가위는 우리 가족의 문화를 새롭게 갱신하는 자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