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에 묻혀버린 경제 챙겨라
입력 2012-09-28 16:47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은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과 소비가 전월보다 각각 1.7%, 3.0%씩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3.9%나 줄었다. 설비투자는 2003년 1월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0.7% 줄어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8%로 3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세 바퀴가 모두 활력을 잃으면서 성장엔진이 급속히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업계 파업과 태풍 등 일시적 요인이 경제지표 추락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지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미 곳곳에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시공능력 13위인 쌍용건설이 부도 위기에 몰린 데 이어 시공능력 38위인 극동건설의 부도로 모기업인 재계 31위의 웅진그룹까지 휘청대고 있다. 웅진 이외의 대기업 2곳도 유동성 흐름에 이상징후를 보여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외환위기가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됐음을 기억한다면 대기업들의 자금난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빚을 못 갚는 가계와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 집단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가계대출 연체율은 1.01%로 2006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대출 연체율도 1.98%로 지난해 11월 말 이후 가장 높았다.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는 게 시급하다.
경제 상황이 최악인데도 대선에 파묻혀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표심을 자극하는 예민한 현안은 차기 정부로 떠넘기고 균형재정과 장밋빛 경제전망으로 현 정부의 치적을 포장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한데,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점에서 꼭 그렇다”고 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