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397의 귀환] 흥행수표! 30代를 잡아라
입력 2012-09-28 16:21
씀씀이 큰 소비시장 큰 손
소비코드로서의 ‘복고’는 결코 새로운 유행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당시의 연도에서 20년을 뺀 ‘마이너스 20년’ 주기로 끊임없이 복고는 돌고 돌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7080 복고’가 정점을 찍었다면 현재의 ‘90년대 복고’는 30대의 왕성한 소비활동과 맞물려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뻗어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차별화된다.
30대가 각광받는 것은 ‘1990년대 복고문화’의 주역으로서 뿐만이 아니다. 30대가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소비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도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포착된 곳은 소비시장의 중심이자 트렌드의 집약체인 백화점에서다. 2011년 유통업체연감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에서 30대가 31.2%의 비중을 차지해 40대(27.6%)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30, 40대가 줄곧 소비의 ‘쌍두마차’를 이뤄왔지만 백화점이라는 상징적인 채널에서 40대가 두 번째 소비층으로 물러나고, 그 중심축을 30대가 이어받은 것이다. 30대는 편의점에서도 20대를 제치고 최대 고객으로 자리 잡았고, 대형마트에서는 40대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30대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차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 같은 ‘수입차 10%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도 저가 수입차에 몰린 30대들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개인 구매 고객 세 명 중 한 명은 30대였다.
지금의 30대는 1989년 해외여행자율화 이후 방학 동안 외국여행을 떠나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기 시작한 첫 세대다. 부모세대가 이뤄낸 경제적 안정에다 선배 486세대가 얻어낸 정치적 자유라는 토양 위에 직접 외국문화를 접하면서 ‘절약보다 소비’라는 유전자를 갖게 된 셈이다.
30대의 ‘소비 파워’는 통계를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 2010년의 30대와 2000년 30대의 최종학력을 비교해봤더니 지금의 30대 중 절반에 가까운 46.2%가 2년제 대학졸업 이상이었다. 10년 전보다 18.5% 포인트나 높았다. 직업에서도 전문직이나 사무직 같은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45.1%로, 이전 세대의 29.4%보다 훌쩍 높아졌다.
또 CJ E&M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1970∼78년에 태어난 이들은 월평균 427만원을 벌어 이 가운데 34만원을 영화 관람이나 여행 등 각종 여가생활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쓸 줄 아는 이들이 있는 곳에는 그들을 위한 시장이 마련되는 법이다. 30대를 겨냥한 관련 산업과 마케팅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이전의 40∼50대 주부들을 위한 노래교실은 찾기 힘들어졌고, 대신 30대 여성을 위한 뷰티 강좌나 30대 미혼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 30대 주부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BMW가 클럽을 빌려 신차 론칭 파티를 열고, 아우디가 지난 8월 30대에게 인기 있는 가수 자미로콰이의 내한공연에 고객들을 초청했던 것 역시 대표적인 ‘30대 마케팅’의 예다.
그렇다고 30대가 무턱대고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고 할인권이나 마일리지 카드를 챙기는 알뜰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는 ‘종종 충동구매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지만, 동시에 미리 품목과 가격대를 정해놓고 물건을 산다는 ‘계획구매’의 비율 역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이중적인 소비 패턴은 풍요롭게 성장했지만 취업 전후 IMF의 직격탄을 맞았던 복합적인 경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