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체납자 설 자리 더욱 줄인다… 서울시·자치구, 위장 이혼 등 편법 통한 체납액 징수

입력 2012-09-27 21:56

A씨(70)는 1994부터 2006년까지 주민세 등 30건 3억5800만원을 체납하면서 부인과 위장이혼을 하고 부인 명의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또 경기도 양평에 있는 아들 명의 집에 함께 살며 아들 명의로 건설업 및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 재산은 한 푼도 없다”며 버티고 있다.

전 대기업 회장 B씨(73)는 1999∼2004년 종합소득세 등 37억6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B씨는 서울 서초동에 아내와 함께 모 종교재단 명의 고급빌라에서 생활하면서 수시로 해외를 오간다. 세금 면탈을 위해 재단에 재산을 은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앞으로는 이처럼 위장이혼이나 제3자 명의 재산은닉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한 얌체 체납자들의 설자리가 한층 좁아지게 됐다. 서울시와 자치구 체납징수 공무원들이 체납자뿐 아니라 부인 등 관련 참고인까지 직접 조사하고 계좌 추적까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검찰이 시와 자치구 체납징수 공무원 139명을 참고인 심문 등 제한적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칙사건 조사공무원’으로 지명함에 따라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징수활동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올해 4월 사법권 부여가 가능하도록 지방세기본법이 개정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에는 현재 500만원 이상 세금 체납자가 약 3만명(약 5000억원) 있다. 이 가운데 악성 고액 체납자는 1%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체납자 본인에게만 수색·질문 등 행정 조사와 압류를 할 수 있어 위장이혼이나 명의 대여를 통한 악의적 체납자들은 심증이 있어도 세금 추징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젠 관련 참고인들까지도 직접 조사할 수 있어 증거 확보가 한층 쉬워졌다”고 말했다. 법원 영장을 발급받아 압수수색을 하거나 혐의자가 도주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조사가 어려울 때는 사법기관에 즉시 고발할 수도 있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범칙 혐의자의 계좌를 추적할 수도 있다.

권해윤 시 38세금징수과장은 “범칙사건조사공무원을 통해 적발한 재산은닉 체납자 4명을 다음달 처음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