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롯데, ‘박힌 돌’ 신세계 빼내
입력 2012-09-27 21:14
롯데쇼핑이 신세계백화점이 영업 중인 부지를 매입한다. 경쟁 점포가 영업 중인 매장을 다른 업체가 인수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는 27일 롯데쇼핑과 인천종합터미널 일대 부지와 건물 매각·개발을 위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매가격은 8751억원이며 본계약은 12월 체결할 예정이다. 매물은 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일대 땅 7만7815㎡와 건물(연면적) 16만1750㎡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영업 중인 곳으로 신세계는 인천시와 20년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영업하기로 돼 있다. 최근 증축한 매장 약 1만6000㎡는 2031년 3월까지 계약이 돼 있다.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7위, 신세계 중에서는 강남점, 센텀시티점에 이어 3위를 달리는 ‘알짜’ 매장이다.
인천시와 롯데쇼핑이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신세계가 롯데에 임차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신세계백화점의 간판이 롯데백화점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 관계자는 “인근에 롯데백화점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을 염두에 두고 계약한 건 아니다”며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경쟁업체에 임차료를 지급하게 된 신세계는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본계약까지 이어지는지 지켜봐야겠지만 15년간 영업하던 곳에 롯데가 들어오는 것은 법적 정당성을 떠나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신세계 측에도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땅을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는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매입해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매각 과정에서 광주신세계가 입점한 광주터미널을 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