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와르르… 윤석금의 노림수 통할까

입력 2012-09-27 19:12

한때 ‘제2의 김우중’으로 불리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온 윤석금(66) 웅진그룹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위기 때마다 승부수를 던져 이를 극복한 윤 회장이지만 이번 승부수인 법정관리 신청은 경영권 지키기에 급급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1980년 직원 7명, 자본금 7000만원으로 출판·학습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생활환경, 식품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를 세워 건설, 태양광 사업까지 진출하며 웅진그룹을 종합그룹의 위상을 갖춘 재계 31위의 회사로 키워냈다. 윤 회장은 “나는 나의 능력을 믿으며,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위기 때마다 공격적인 대응을 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

1999년 외환위기 때는 당시 그룹 내 캐시카우였던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고 정수기와 식품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성공을 일궈냈다.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위기에 빠지자 이번에는 웅진코웨이 매각에 나서며 정공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룹을 살리기 위해 ‘심장을 도려내는 기분’으로 나섰다는 웅진코웨이 매각 건은 그간의 행보에서 다소 의문점을 보였다.

웅진코웨이는 GS와 1조2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신설법인 설립을 통한 경영권 유지를 조건으로 KTB사모펀드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계약을 7월 체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고 그룹의 위기가 심화되자 8월 MBK사모펀드에 웅진홀딩스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넘기는 매각 계약을 맺었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기존 매각 계약은 일단 중단되며 향후 웅진코웨이 매각에 관련한 사항은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이 부실 계열사를 포기하고 우량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경영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사장은 2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려던 MBK파트너스에도 죄송하다”면서 “극동건설과 태양광 사업 이외에는 건실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경영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