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 금융권 충격파…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회사채 남발 투자자들 날벼락
입력 2012-09-27 21:13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남발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법정관리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CP를 무더기 발행했던 LIG건설 사태와 빼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투자자, 채권단, 하도급 업체(상거래 채권 2953억원)가 못 받을 수 있는 돈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2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지난 6월 26일 1년 만기 회사채 3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을 발행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웅진홀딩스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 6500억원의 12.3%에 이르는 규모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3개월 전에 회사채를 대량 방출해 거액을 끌어온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4월 600억원 규모의 웅진홀딩스 회사채를 인수해 모두 거래 고객에게 팔았다. 이들 채권은 액면 이자율이 5∼6% 정도지만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투자자가 원리금을 모두 회수하기는 어려워졌다. 회사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웅진홀딩스는 CP도 무더기로 발행했다. 웅진홀딩스의 지난달 말 기준 CP 발행잔액은 1290억원으로 6월 말 1089억원보다 201억원이나 늘었다. 7∼8월 사이에 18.5%나 증가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690억원)과 하나대투증권(300억원)은 이 CP의 대부분을 자사 고객에게 팔았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99억원 규모를 발행해줬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는 투자자에게 극심한 손해를 입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감지해 경고해야 하는데 전혀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봉착한 웅진그룹이 지난달 말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을 때 증권사들은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웅진그룹 주식을 사도록 부추겼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MBK파트너스의 매각 대금 납입을 기다리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극동건설이 지난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부랴부랴 웅진그룹 신용등급을 내렸지만 때늦은 조치였다.
시장에서는 웅진홀딩스가 LIG건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LIG건설은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열흘 전까지 242억2000만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손해를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이었다. 심지어 CP 발행은 LIG건설 대주주가 담보로 잡았던 계열사 주식을 회수할 목적이었다는 혐의가 짙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이 정상적인 투자금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은폐한 채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었다. 검찰은 LIG그룹과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장은 “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거래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계열사 중 업황이 좋지 않은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도 손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 4개 업체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6월 말 기준 2조1000억원이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