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당선 무효형 확정] “사후매수죄 위헌논리 어불성설”… 실험교육 올스톱
입력 2012-09-27 21:50
대법원이 27일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 ‘사후매수죄’의 위헌성 여부였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54)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준 행위에 대해 사후매수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선의로 줬고 사후매수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펴왔다.
◇“2억원은 선의 아닌 사퇴 대가”=곽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가 끝난 뒤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다”는 박 전 교수의 사정을 듣고 2011년 2∼4월 선의로 2억원을 줬다면서 후보자 사퇴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법은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2010년 10월쯤 ‘주변인들이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 전 교수에게 5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 2억원 전달을 결정했다”며 사퇴 대가로 돈을 줬다고 봤다. 즉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직접 합의가 이뤄지거나, 선거가 끝나기 전 돈을 줘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은 이밖에도 박 전 교수의 사퇴로 지지율 2위에 머물던 곽 교육감이 1위가 된 점 등을 종합할 때 2억원에는 사퇴 대가가 들어있는 것으로 봤다.
공소시효 6개월이 완성됐다는 곽 교육감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268조 1항은 선거일 후의 범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날짜를 센다는 것이다. 선거일 후의 선거 범죄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단속과 처벌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헌재결정 인용만 12곳=대법은 사후매수죄가 위헌이라는 곽 교육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법은 전체 28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8쪽에 걸쳐 1997년 3월부터 올해 2월 결정까지 모두 12개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면서 사후매수죄 조항의 합헌성을 설명했다.
대법은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등을 고려해 볼 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곽 교육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사후매수죄 조항에서 금지하는 이익 등의 제공·수수 행위 제한은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분적 금지에 그쳐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이 사후매수죄 합헌성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곽 교육감이 올해 1월 헌재에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면 대법의 최종 선고가 효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 측 김칠준 변호사는 “헌재가 심리를 진행 중인데 대법이 서둘러 선고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이 사후매수죄 합헌을 전제로 곽 교육감에게 유죄를 선고한 상황에서 헌재가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12월 19일 교육감 재선거 전 사후매수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할 경우 곽 교육감이 재심을 청구해 교육감직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