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테이저건 90% 사용안해…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12-09-27 19:02
경찰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한 테이저건의 대부분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찰청이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2007년부터 최근까지 테이저건을 사용한 횟수는 606차례에 불과했다. 경찰이 보유 중인 테이저건은 총 6940대로 전체의 90%가 넘는 6330여대는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셈이다. 테이저건은 대당 120만원으로 일반 권총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경찰은 2005년 테이저건을 도입하기 위해 예산 83억원을 투입했다.
게다가 고장도 잦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고장난 테이저건은 330대에 달한다. 테이저사의 국내 지사는 1년에 3∼4차례 각 지방경찰청을 방문해 고장난 제품을 회수한 뒤 본사로 보내 수리하기 때문에 고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이마저도 내년부터는 유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테이저건 63대가 미국에서 수리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경비근무를 서던 경찰관이 테이저건 오발 사고를 내는 등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테이저건은 무기에 준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무조건 쓸 수 없다”면서 “봉이나 가스총으로 제압하기 힘들 때만 단계적으로 사용된다”고 해명했다.
테이저건은 화살촉 모양의 탄환이 몸에 박히면 순간 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일종의 전기충격기로 주로 시위진압용으로 사용된다.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이 노조원들에게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2004년 범인을 쫓던 경찰이 칼에 찔려 사망하자 권총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테이저건을 도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