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델 아구아’ 10월 행정대집행… 보존-철거 논란

입력 2012-09-27 21:23


“세계적 건축물”-“해안선 가건물”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遺作)인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카사 델 아구아(사진)’가 10월 초 철거될 상황에 놓였다.

서귀포시는 카사 델 아구아의 소유주가 시를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영장 통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항소심에서도 기각됨에 따라 10월 초 행정대집행을 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물의 집’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명칭을 따 온 카사 델 아구아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의 홍보관 겸 모델하우스로 2008년 지어졌다. 2층 규모의 이 건물은 극도로 조형을 단순화한 디자인과 중남미풍의 강렬한 색감,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어 레고레타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아시아에 있는 레고레타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건물이다.

현재 이 건물의 건축주는 ㈜제이아이디, 토지주는 ㈜부영주택이다. 부영주택 측은 이 건물이 앵커호텔과 콘도의 조망권을 해친다며 조속한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이아이디 측은 건물 보존을 내세우면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기부채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건축계와 문화계, 멕시코 대사관은 세계 건축사에 기념비로 남을 건축물인 만큼 철거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귀포시는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를 전제로 지어졌고, 해안선 100m 이내에 위치해 영구 건축물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