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등기이사 9.2%뿐… 말로만 책임경영

입력 2012-09-27 21:21


재벌그룹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독점하면서도 등기이사로 등재한 경우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로만 ‘책임경영’을 외칠 뿐 실상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들이 반대해 원안이 부결된 안건은 100건 중 1건도 채 되지 않아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6개 대기업집단의 등기이사 5844명 중 총수일가는 535명(9.2%)에 불과하다고 27일 밝혔다. 이사로 등재된 그룹 총수 비중(2.7%)도 지난해(2.9%)보다 떨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분석했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경우 전체 등기이사 354명 가운데 총수일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명뿐이었다. 등기이사에서 총수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0.28%에 불과했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법적으로 삼성의 등기이사가 아니다.

삼성과 함께 현대중공업, 두산, LS, 신세계, 대림, 미래에셋, 태광 등 8개 그룹의 총수도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그룹 계열사끼리 일감을 몰아주는 등 총수일가 전횡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사로 등재하지 않으면 일반 주주들은 피해를 입어도 법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총수일가의 독점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뽑는 사외이사는 의사결정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46개 그룹 소속 상장사 238곳의 이사회 안건 5692건 가운데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이 부결된 안건은 13건(0.23%)에 그쳤다. 상위 10개 그룹의 경우 2380건 중 부결된 안건은 SK그룹에서 2건이 있었을 뿐이다. 나머지 9개 그룹에서는 부결 안건이 전무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 등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적절히 제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내부 견제장치 운영실태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