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가을에 드러난 투수 본색 … KIA 삼총사 완투쇼
입력 2012-09-27 21:16
프로야구 시즌 막판에 완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주 5일 동안 무려 6차례의 완투가 나왔다. 지난 9월 중순까지 잇따라 지면을 장식한 완투 가뭄이란 기사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 23일 KIA의 서재응이 목동 넥센전에서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같은 날 두산의 니퍼트는 잠실 SK전에서 9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완투패를 당했다. 25일에는 KIA의 김진우가 삼성전에서 서재응의 뒤를 이어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을 올렸다. 26일에는 완투가 셋이나 한꺼번에 나왔다. 잠실에서 두산 노경은이 한화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고, 대구에선 KIA 윤석민이 8회까지 노히트노런을 하다 아쉽게 완봉승에 만족했다. 이날 삼성의 배영수는 9이닝 3실점으로 완투패했다.
최근 몇 년간 투수 분업화가 정착된 프로야구에서 갑자기 완투가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순위가 거의 결정된 만큼 감독들이 승수를 하나라도 쌓기 위해 위기 때마다 투수를 교체하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주 완투가 나온 경기를 보면 완투패한 니퍼트를 빼면 모두 4강과 관련이 없는 팀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평소 한계 투구수를 비판해 온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KIA에서 이번에 서재응-김진우-윤석민의 토종 선발 3인방의 릴레이 완투쇼가 나와 주목된다.
또한 팀당 남은 경기가 10경기도 채 안되는 상태에서 선발 투수들이 막판 기록 달성에 나선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선발 투수에게 있어서 두 자릿수 승리는 연봉협상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만큼 윤석민이나 김진우, 한화의 류현진은 10승을 채우기 위해 막판에 공을 힘차게 뿌려댔다. 특히 시즌 막판 들쭉날쭉한 잔여 경기 일정도 갑작스런 완투 폭발에 도움이 됐다. 시즌 종료 후 아시아시리즈를 국내에서 개최하면서 올 시즌은 유독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잔여경기 일정이 여느 해보다 매우 빡빡하게 짜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타자에 비해 5일 간격으로 로테이션을 지키는 투수가 컨디션 조절이 수월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선발 투수들 스스로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의식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