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칩거 열공… 롬니, 반전 기회

입력 2012-09-28 00:45


미국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회가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다. ABC·CBS·NBC 등 3대 지상파 방송과 주요 케이블 채널이 생중계하는 토론회는 약 50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30일부터 사흘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교외의 헨드슨에 ‘칩거’하며 토론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옌 사키 오바마 캠프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현안들 때문에 기대한 만큼 준비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낮추기 위한 연막작전일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사정이 더 절박하다는 점이다. ‘정부 의존 47% 미국인’ 발언과 공화당 내 자중지란 등으로 곤경에 처한 롬니 후보에게는 반전이 절실하다.

롬니는 지난 6월부터 토론회를 준비해 왔다. 이달 초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는 유세를 중단하고 며칠을 온전히 토론회 준비에 바쳤다.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때도 오바마 대역을 했던 밥 포트만 상원의원과 강도 높은 모의토론을 해 왔다고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오바마가 더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바마 캠프가 결코 마음 놓을 수 없는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롬니의 최대 장점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당내 경선과정에서 20여 차례나 후보 간 TV토론회를 해 봤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이후 4년간 토론 경험이 없다.

‘연설의 귀재’로 불리는 오바마가 토론에서도 당연히 유리하리라는 것은 오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 바루치대 데이비드 버드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짧게 요점을 말해야 하는 토론회 형식이 준비된 연설에 강한 오바마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롬니에게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을 때 순발력 부족과 말실수 가능성이 위험으로 꼽힌다.

200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서 롬니에게 패한 새넌 오브라이언은 “롬니는 대본 이외의 돌발 상황을 만나면 균형을 잃고 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7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대치를 밑도는 1.3%를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인 1.7%보다 크게 낮은 수치로, 미국이 장기 경기침체에서 회복 중이라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오바마 진영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GDP 성장률은 2%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