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곽노현 교육감이 초래한 혼란 극복해야 한다

입력 2012-09-27 18:06

정파 이해관계 떠나 교육자치 이룰 교육감 뽑아야

대법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검찰이 지난해 8월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를 체포한 지 13개월 만이다. 곽 교육감은 교육계 수장으로서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하므로 사퇴한 뒤 재판을 받으라는 각계의 권유를 끝까지 무시해 더 큰 교육행정의 공백과 혼선을 초래했다.

대법원의 선고이유는 명확하다. 대법원은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사퇴한 뒤 돈을 받은 행위는 민주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부정이라고 밝혔다. 선거가 끝난 뒤 돈이 전달됐더라도 선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공정성 보장을 위해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후보사퇴 대가가 아니라면 곽 교육감이 지인과 인척에게서 돈을 빌려 특별한 친분이 있지도 않은 박 전 교수에게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 측은 상대방 후보를 매수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주장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사후매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232조 1항2호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근거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곽 교육감은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다면 정치적 처벌이고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법부의 판단을 입맛에 따라 해석하고,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검찰 수사, 곽 교육감의 구속 및 직무정지, 1심 벌금형 선고에 따른 곽 교육감의 복귀 등을 거치면서 서울시 교육행정은 온갖 파행을 거듭했다. 곽 교육감은 1심 판결로 석방되자마자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 끝에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이 제기됐다. 서울의 초·중·고교는 아직도 교과부와 교육청의 서로 다른 지침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곽 교육감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교육청의 대대적인 조직개편까지 추진했다. 그가 무리수를 둬가며 강행한 시교육청 인사는 향후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첫 직선교육감인 공정택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 서울시교육감은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잦은 행정공백과 정책변경 때문에 차라리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계와 정치권은 곽 교육감이 초래한 혼란을 극복할 새 교육감을 뽑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기는커녕 정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해 있다. 교육감 선거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초·중·고교의 교육행정을 지휘해 나라의 인재를 키워야 하는 자리다. 교육감 선거를 이념의 전쟁터가 아닌 교육자치의 꽃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