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용호] 해외봉사가 주는 즐거움
입력 2012-09-27 18:07
최근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은퇴 후 10년 정도 지나면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는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은퇴 후 약 30년을 살아야 하니 모두가 이 긴 세월 동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노후를 보람되게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지난 2년간 아프리카 말라위의 빈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가수 김청자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카르멘의 프리마돈나 역을 맡았고, 1970∼8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김 교수는 2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정년퇴임한 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아프리카 오지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갈 곳이 없는 70여명의 고아들을 위해 40도의 불볕더위 속에서 김 교수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마련한 유스센터, 아프리카식 정자, 태양열 전깃불 속에서 아이들이 노래와 춤을 배우거나 탁구를 치거나,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밤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키보드를 치면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숲속에 사는 이곳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새로운 희망이 넘쳐나고 있다. 말라위 카롱가 마키햡바 마을에서 김 교수가 보내 온 사진에는 아이들이 운동화를 신고 좋아하는 모습, 정자 주변에서 신바람나게 뛰어노는 마을 주민들, 교복을 입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 모습이 담겨 있어 무척 자랑스러웠다.
필자도 20여명의 학생과 함께 매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 초등학교에서 10일 동안 낡은 교실 페인팅, 우물 파기, 교육봉사, 문화공연 등을 해보니 내가 어려운 나라 아이들에게 베풀려고 갔으나 오히려 내가 사랑을 듬뿍 받고 돌아왔다. 함께 일하고 청소하면서, 또 함께 공부하면서 깊은 정이 든 캄보디아의 눈 큰 아이들은 우리들이 떠날 때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아끼고 아끼던 인형을 우리들에게 선물하거나 편지를 전해 주는 바람에 우리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남을 도와주어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 3년 전에는 우리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조국 협의체인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뒤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을 증대시킨 결과 작년에 연간 13억 달러가 되었다. 그러나 DAC 회원국의 국민 1인당 평균 ODA 부담 비율이 126달러(2010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겨우 24달러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의 ODA가 국민총소득의 0.12%에 불과해 유엔의 권고치인 0.7%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개도국을 지원하는 이러한 국제 개발협력 사업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기업, 대학, 연구기관,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부가 하기 힘든 부분,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
김 교수를 비롯한 한국의 세계적인 예술인, 경쟁력 있는 학자, 우수한 관료, 뛰어난 기업인, 독실한 종교인 등이 은퇴 후 자신들의 재능과 경험을 다른 나라에 가르쳐 주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고 개도국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보다 더 보람된 노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해외 봉사에 나선 김 교수와 같은 분들이 객지에서 즐거운 추석을 보내기를 멀리서나마 기원한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 정치학